LG전자와 일본 마쓰시타 간에 벌어지고 있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관련 특허 분쟁은 한국 PDP기업에 대한 일본 기업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DP 분야뿐만 아니라 여러 첨단부문에서 기술력을 더해 가는 우리 기업에 대한 일본의 견제는 충분히 예상된 것이고 일본 측에서 볼 때는 당연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 기업이 한국 PDP업체를 상대로 일본 정부에 수입금지를 신청한 것이 지난 4월 일본 후지쯔의 삼성SDI에 대한 제소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사실 이번 분쟁은 PDP관련 특허를 상호 인정하는 ‘크로스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해오던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팽팽히 맞서오다 마쓰시타 측이 사법기관의 정식절차도 거치지 않고 세관을 통해 수입 금지를 신청해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다분히 의도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일본 세관당국이 지난 4월 후지쯔의 신청을 받아들여 삼성SDI 제품에 대해 통관보류 조치를 취한 전례를 활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한국의 추격에 발목을 잡고자하는 뜻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일본 세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지난번 후지쯔의 신청에 따른 결정이나 최근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국 견제론을 감안하면 결과는 쉽게 짐작하고도 남는다. 특히 일본 특허청이 최근 PDP를 포함한 전자분야에서 한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일본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 ‘휴면특허라도 로열티를 챙기고 만약 특허권을 무단 사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송할 것’을 주문한 특허 관련 지침을 기업체에 전달한 것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자국업체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결정은 이미 예고됐다고 봐도 된다.
후지쯔와 마쓰시타전기 등의 일본 기업들도 특허권 보호를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와 기업이 공동 보조를 맞춰 우리 기업을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의 한국 기업 견제 움직임은 이미 이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공격적이다. 따라서 이번처럼 일본 기업이 특허를 내세워 유사한 공세를 계속 취해올 수 있고 우리 기업들은 그 때마다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만반의 준비와 대응으로 일본의 한국 기업 견제와 방해를 극복해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런 문제가 결코 PDP에 국한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대처하고 보다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LG전자가 마쓰시타의 조처에 맞서 곧바로 마쓰시타 한국법인인 파나소닉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법원에 PDP특허 침해 금지 및 손배청구 소송을, 무역위원회에 PDP TV 수입금지를 각각 신청하는 등 정면대응한 것은 백번 옳은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마쓰시타의 공세 뒤에는 일본 정부와 후지쯔, NEC 등이 도사리고 있어 연이은 특허 소송 문제에도 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분쟁에서 밀리면 자칫 PDP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분쟁은 IT 원천기술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인식시켜준 것으로 본다. 마쓰시타가 자신들의 기술에 높은 평가를 요구하며 분쟁을 제기한 것 자체가 ‘세(勢) 과시’ 성격이 짙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만약 LG전자가 기술력이 없었을 경우 그냥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천기술 개발에 소홀할 경우 후발주자로서 약점과 한계는 언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분쟁에서 이기는 것이나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