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크게 술렁이고 있다. 성장과 변화를 이끌 조직을 갖추고 인재를 중용한다는 원칙이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지난 1년을 평가받고 내년도 새로운 전략이 반영될 예정이라 관심이 쏠렸다. 특히 올해 새 수장을 맡은 김신배(SK텔레콤), 정홍식(데이콤) 사장이 본격적인 인사권 행사에 나설 예정인데다 내년도 임기 만료를 앞둔 이용경(KT), 남중수(KTF) 사장이 친정체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여 인사폭은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인사폭 커질 KT, 데이콤=KT는 이달 말 과장급(3급) 승진인사를 시작으로 부장·상무대우·임원 순으로 승진인사를 단행, 내달 중순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신사업기획본부와 비즈니스마켓본부를 발족하는 등 중간 조직개편이 있었던 만큼 연말 인사는 승진자에게 새 임무를 맡기는 전보 인사에 집중할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 큰 실적성장이 없었던 일부 임원진에 대한 평가와 승진자에 대한 재배치, 여기에 KTF·KTH 등 자회사 인사교류를 위한 자리이동 등이 맞물리면서 적지 않은 폭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용경 사장이 내년 8월 임기 만료에 앞서 친정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선임된 전문임원들은 계약기간이 있는 만큼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콤은 두루넷 인수 윤곽이 드러나는 내달 중순께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두루넷을 인수하면 관련 조직 정비와 인사가 필수적인데다 실패하더라도 대응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홍식 사장은 인수여부와 상관없이 지난 분기 연속 실적이 성장한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자회사간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인력 교류를 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워콤, 데이콤MI, KIDC 등 자회사와의 인력 재배치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SK텔레콘과 KTF, 신사업 확대와 실적 평가에 무게 중심=SK텔레콤은 12월 중순 신사옥 이전을 앞두고 조직개편과 인사를 준비중이다. 지난 3월 김신배 사장 취임과 함께 이뤄진 신규사업부문 신설과 전략기획부문 강화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며서 보완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당시 부사장 2명, 전무 4명, 상무 15명의 사상 최대 임원승진이 이뤄진 터라 대규모 승진인사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김 사장이 자회사를 통한 신규사업 발굴과 해외전략시장 진출을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신사업부문의 확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궤도에 오른 베트남 이동통신사업의 모범사례를 미국·중국 등으로 확산하는 글로벌사업부문의 보강도 예상된다. 또한 커스토머 부문과 비즈니스 부문간의 효율성 제고도 반영할 전망이다. 데이터와 음성사업으로 나뉘어진 조직을 역할별로 상품기획과 고객접점으로 재편한다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밖에 구매관리 등 세부기능의 재조정 등이 예고됐다.
하반기 번호이동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KTF는 지난 10월말 개편에서 본부 마케팅 전략 임원을 지방에 내려보내는 등 평가인사를 단행하고 현장 마케팅 및 고객서비스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이어 남은 부문장급 인사에서도 몇몇 임원이 2선으로 물러날 예정이고, 유무선 통합시장 대응을 위한 KT 본체로 옮겨가는 후속 임원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내년 초로 넘긴 LG텔레콤, 하나로=LG텔레콤은 그룹 인사와 함께 내년 3월 경 임원인사를 단행키로 했다. 그 대신 실별로 올해 성과와 내년 계획을 정리, 룹 보고를 준비중이다. 특히 올해 가입자 600만명 돌파를 기대하는 등 좋은 성과를 올린 데다 남용 사장의 재임이 6년째여서 별다른 조직개편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 번호이동고객의 이탈이 시작돼 이를 막기 위한 고객만족과 가입유지 전략에 따른 변동이 예상된다”고 회사 관계자가 전했다.
하나로텔레콤 역시 지난해 말 외자유치 이후 대대적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만큼 정기인사는 예년처럼 3∼4월께로 넘겼다.
정지연·김용석기자@전자신문, jyjung·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