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영상이라는 가상적인 실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실제로 매일 방송과 영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영상정보를 접하고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카메라와 스캐너를 이용, 손쉽게 직접 영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밖에도 미세한 물질 관측에 사용되는 원자현미경과 초음파, X레이, 자기공명장치(MRI) 등의 다양한 의료장비들이 영상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광선의 굴절이나 반사작용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영상의 활용 범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1월 화성에 착륙한 쌍둥이 탐사로봇 ‘스프릿’과 ‘오퍼튜너티’가 보내온 화성 사진들을 기억하는가. 또 최근 무인탐사선 ‘카시니’가 보내온 형형색색의 토성 고리사진은 어떠한가. 당장이라도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아름다웠던 이들 사진 모두 여러 가지 영상 장비를 이용해 생성된 디지털 영상들인 것이다.
디지털 영상은 세상의 연속적인 아날로그 영상으로부터 데이터 추출과 양자화를 통해 생성된 후 영상질의 개선과 서로 다른 영상 정보와의 결합 등 영상처리 과정을 거쳐 탄생되는 것이다.
과거 수십년 동안 보다 효율적인 영상처리 및 디지털 영상 구현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 시도됐다. 필터링 이론, 스펙트럼 분석, 기초적인 확률통계 기법에 기반을 둔 방법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확률모델링과 웨이브릿, 편미분 방정식 등 매우 정교한 기법들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특히 편미분 방정식은 90년대 이후에 집중적으로 개발이 이뤄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수학 이론 중 하나다.
편미분 방정식 기반의 대표적인 영상처리의 예는 인페인팅(Inpainting)이다. 인페인팅은 원래 훼손된 미술 작품을 복원하기 위한 방법을 지칭하는 것으로, 구겨진 사진을 스캐닝한 영상 등의 훼손된 디지털 영상을 컴퓨터를 이용해 복원해 준다. 최근까지도 인페인팅은 전통적인 영상처리 기법으로는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수작업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편미분 방정식을 이용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인페인팅 작업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편미분 방정식은 영화의 특수효과에서부터 무선 영상송신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편미분 방정식은 유체의 운동에서 나타나는 충격파 모델을 사용하여 이미지의 테두리를 깨끗하고 선명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필요 없는 잡티를 제거하거나 약화시켜 주는 비디오 개선 기술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개선 기술은 법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일례로 지난 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사건을 살펴 볼 수 있다. 당시 여러 명의 폭도들이 트럭 운전사를 차에서 끌어내려 심하게 구타하는 장면을 헬리콥터에서 신문기자가 비디오 카메라를 사용하여 촬영했었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의 해상도가 너무 낮아서 누가 폭력을 행사했는지 분간할 수가 없어 범인 검거를 위한 실질적인 증거 자료로 활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주장 가운데 결과를 뒤바꿔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UCLA 대학의 수학 교수인 오셔와 루딘이 비디오 속의 피고인 팔에 있는 문신을 정확히 컴퓨터로 재생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피고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었다.
영상처리에 있어서 편미분 방정식을 사용하려면 이전의 다른 영상처리 기법보다 훨씬 어려운 수학적 이론과 수치적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종 수학이론에 대한 수치해법을 사용이 용이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기능과 결합시킨 매트랩, 매스매티카, 메이플 등의 테크니컬 컴퓨팅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작업을 단순화해 쉽게 결과를 얻고 시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편미분 방정식과 이에 기반한 인페인팅, 비디오 개선 기술 등이 우리 생활 속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실제적일 뿐 아니라 강력하다. 실제로 이들 기술은 국방, 교통량 분석, 지구자원 탐색, 기상예보, 데이터 압축, 3D 복원, 로봇공학, 컴퓨터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 이창옥 KAIST 수학과(응용수학전공) 교수 colee@amath.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