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와이브로 시장 선점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데이콤이 떨어져 나가면서 사실상 사업권 확보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와이브로 보다는 WCDMA 쪽으로 투자 가닥을 잡자 대응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KT의 이번 결정은 와이브로 조기 투자를 통해 무선 초고속데이터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이를 KTF의 이동전화(EVDO-HSDPA)와 연계해 유무선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양동작전으로 볼 수 있다.
◇와이브로 활성화&무선 주도권 확보=KT가 와이브로 투자를 앞당기는 것은 조기 시장선점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3개 사업자 선정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기준점만 미달하지 않는다면 사업권을 확보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시장활성화다. 서비스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일부 있는 상황에서 데이콤이 사업권 경쟁에서 손을 떼면서 시장활성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KT의 복안이 필요한 것이다.
KT는 이를 위해 와이브로 조기 상용화와 KTF 이동전화와의 결합으로 가닥을 잡았다.
서정수 KT 재무실장은 “SK텔레콤이 보는 와이브로는 기존 서비스의 보완재일 뿐 아니라 유선 기반이 없기 때문에 WCDMA(HSDPA)와 겹쳤을 때 중요한 상황이 도래한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반면 KT는 신규사업으로 KTF와 역할분담을 통해 데이터와 음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고 KTF 가입자 증가가 되레 와이브로를 도와준다”면서 “이 때문에 여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KT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넘어야 할 과제는=기지국 장비 개발이 여전히 문제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위한 중계기 등은 이미 개발이 완료돼 시험테스트까지 끝났지만 삼성전자가 개발중인 기지국 장비는 표준 문제 등으로 늦어질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인력을 대폭 보강해 상용화 일정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경쟁업체 관계자는 “삼성의 개발 일정이 KT의 의지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준문제와 통상문제가 얽히면서 기술규격 확정이 늦어진 것에 대한 순연의 우려를 지적했다.
또 다른 난제는 결합서비스에 대한 문제다. 와이브로와 이동전화를 결합하는 것을 유무선 결합이라고 볼 수 없지만 KT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점을 두고 또다시 결합서비스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가 KTF와 결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대해 경쟁자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무선망이 없는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와이브로와 이동전화 결합서비스를 위해 SK텔레콤에 제휴를 요청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SK텔레콤의 고민=KT가 와이브로를 중심으로 이동전화와 결합한 무선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만큼 SK텔레콤의 맞대응도 관심거리다. WCDMA(HSDPA) 투자를 결정하면서 와이브로 전략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KT와의 경쟁구도를 고려한다면 새로운 전략이 불가피하다.
SK텔레콤 측은 “우선 KT가 KTF를 통해 결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시장 영향부터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해, 시장지배력 전이 등의 논란이 재연될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다른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결국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카드를 쓸 공산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