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나라 경제가 기록적인 수출 실적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당 주인들까지 장사가 안 된다고 솥단지를 던지며 정부에 대책을 세워 달라고 시위를 할 정도다. 내수경기가 이렇게 어려운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해야 일자리와 시장이 생기고, 관련 산업에도 투자와 고용창출의 연쇄효과가 일어난다. 우리 경제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시장과 고용을 창출하는 투자의 선순환 구조일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IT839 전략’의 핵심은 신규 서비스 도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기기, 콘텐츠 등 관련 산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는 우리나라의 디지털방송기술을 바탕으로 뉴미디어 서비스를 도입해 국민의 정보수요를 충족시키는 한편,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을 선점해 수출을 주도하는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핵심 서비스다.
지난 2001년부터 한국과 일본이 공동 추진해온 위성DMB의 경우 국내 중소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한 기술개발이 이뤄져 우리 제조업체들이 일본보다 우월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기업보다 앞서 휴대폰 겸용 단말기를 개발했고, 중계기도 기술 및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일본 기업들보다 우수하다. 관련 기업들은 위성DMB의 상용서비스가 시작되면 안정적인 국내 시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방송위원회의 위성DMB 지상파TV 재송신 불허 결정으로 시장에서 위성DMB 서비스의 불확실성이 커진 결과, 향후 위성DMB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에 큰 의문을 남겼으며 관련 기업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추가 투자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많은 중소 단말기 업체와 중계기 업체는 서비스 지연에 따른 투자 자금 회수 곤란으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에선 이미 지난 10월 20일 상용서비스를 개시해 국내 업체들의 답답함은 더 크다. 아직도 이해관계 집단 간에 지상파TV 재송신 논란이 계속되고 사업자의 서비스 개시 일정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위성DMB 지상파TV 재송신을 허용하면 지역방송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위성DMB는 거실에서 큰 화면으로 보는 서비스가 아니라 이동/휴대 수신을 위한 방송으로서 서로 보완적인 매체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성DMB는 뉴미디어이므로 지상파 프로그램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만을 서비스해야 한다는 주장도 현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주장이다. 2001년에 사업을 개시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지상파TV방송 재송신 불허로 인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모든 채널을 신규 콘텐츠로만 서비스하라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적자가 뻔히 보이는 사업을 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이 느껴질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도 가능한 한 많은 매체에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제공해야 좋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해 지상파 방송의 외주제작 비율 확대 등 콘텐츠 사업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자에게 비즈니스 환경을 우선 만들어주고 콘텐츠 개발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상파 재송신 결정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다. 국민이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지상파TV 프로그램이라면 매체가 무엇이든 간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맞다. 또한 그것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취지에도 합당하다.
지상파TV 재송신 논란이 계속되는 지금도 12년 시한부 위성은 한반도를 외면하고 일본열도에만 방송을 보내며 우리 머리 위를 돌고 있다. 아무쪼록 위성DMB의 지상파TV 재전송 문제가 빨리 해결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고, 제조업체들과 콘텐츠 사업자들의 어려움도 해소되길 바란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외자 유치나 재정 확대를 통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투자하고 사업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 아닌가?
<신용섭 정보통신부 전파방송정책국장 ysshin@mi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