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어떤 다큐멘터리 시나리오

 프롤로그 원고청탁을 받고 여러 주제로 며칠 고민하다 우리나라 단편영화가 아시아영화제에서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현장에서 겪는 몇 가지 사례들을 엮어 이참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Scene 1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조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실무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대학에서 특강을 한다. 수익의 극대화란 기업 본연의 목표가 선진화된 방식으로 보다 철저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게 핵심이다. 비록 고용 불안으로 여러분들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Scene 2 사이언스지에 논문이 실린 적이 있는 친구가 오랜 미국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생명과학부 교수로 부임한다. 술자리에서 그 친구는 인생설계를 새로 짜라고 역설한다. 30대 후반이면 미래기대수명이 100세는 족히 되기 때문이란다. 오래 산다는 게 기분 나쁠 리 없지만 60세 정년도 보장 못하는 시대라 무조건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니다. 공무원 친구는 좀 안도하는 눈빛이다.

 Scene 3 LCD 1위, 반도체와 휴대폰은 2위. 첨단산업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저가 소형차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뿌듯한 일이다.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수출호조를 발판으로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4%대의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Scene 4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가 기업공개에 나선다. 엔터테인먼트업체로서 코스닥에 등록하는 게 마땅할텐데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엔씨소프트와 강원랜드 같은 업체가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옮긴 점을 감안하면 그리 탓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위축되는 코스닥의 몰골이 안타깝다.

 에필로그 주로 코스닥에 등록된 SW,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담당 기업의 부실화로 일거리가 줄어드는 개인적 고통(?)을 수년째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기업과 튼실한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이 양날개가 되어야 한다는 소박한 신념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가을의 막바지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조영훈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과장 youngh@goo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