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그룹이 두루넷 인수에 전격 참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티그룹은 인수의향서 제출 시 국내 통신사업자를 포함하지 않고 추후 밝히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인수 의지가 있는지의 여부도 관심이다.
그러나 시티그룹의 의도와 상관없이 3파전 상황 자체가 하나로텔레콤과 두루넷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 후발 통신시장 재편에는 악영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티그룹 실제 인수의향 있나?=국내 통신 업계는 시티그룹이 실제 인수 의사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시티그룹이 최근 국내 한미은행, 계림건설, 하이닉스비메모리부문(메그너칩) 등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지만 통신은 규제산업이니 만큼 외국인 지분제한이 있어 투자자본만으로는 사업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높은 가격에 두루넷을 인수한 다음 회사를 정상화하고 통신사업자에 되팔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라며 “두루넷 매각 작업의 목적이 국내 통신사업 정상화에 있는 만큼 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티그룹의 참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두루넷 인수가 큰 수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포화상태기 때문에 유망한 사업도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잘 아는 상황이라면 참여를 쉽게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인수 의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하나로텔레콤, 데이콤에 악재= 애초 2파전 구도를 예상했던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초고속인터넷시장을 2강 구도(하나로)나 3강 구도(데이콤)로 재편, 통신시장을 안정화 하려는 구상 자체가 흔들려 크게 당황했다. 양 사는 인수의향서 마감인 5시까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 했을 정도로 시티그룹의 참여는 전격적이었다.
양 사의 관계자는 “시티그룹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두루넷 인수를 시도할 경우, 가격이 폭등해 인수 여부와는 상관없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법원이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배제한 채 인수가격으로만 의지를 파악한다면 전반적인 전략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다음달 13일까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최종 입찰제안서 마감까지 치열한 정보전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두루넷 인수전이 과열 양상을 띠게 돼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 등 매각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체 통신시장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LG투자증권의 정승교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 시티그룹의 인수 의도를 파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통신시장 재편의 방향”이라며 “유선사업 구조조정이라는 큰 그림이 차질을 빚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