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세계 PC생산 70% 장악

대만 PC업체들이 미국·한국·일본 PC업체들로부터 위탁 생산이 늘어나면서 노트북PC 분야에서만 올해 점유율 70%에 육박하는 등 독점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중국으로 이전한 조립공장의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생산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노트북 PC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콴타는 올해 전년 대비 약 24% 증가한 1200만대의 출하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세계 노트북 PC 출하대수(약 3951만대)의 약 3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또 세계 2위인 컴팔도 800만대를 출하할 계획이다.

◇세계 PC시장 구도=올 7∼9월 세계 PC시장의 출하 규모는 4691만대로 시장 점유율은 델, HP, IBM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생산 점유율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PC업체들이 대만의 OEM업체들에게 생산을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계 PC시장은 데스크톱 PC에서 노트북 PC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노트북 PC를 자사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도시바, IBM 등 3개사 뿐이며 나머지는 전부 대만 OEM업체들의 몫인 셈이다.

◇대만 PC업계, 힘의 배경은=대만 OEM PC업체들이 세계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는 이유는 공장의 약 90%를 중국으로 이전해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데 있다. 천수이벤 정부가 지난 2001년 12월 당시까지 인정하지 않던 노트북 PC의 중국 투자를 해금하면서 공장 이전은 가속됐다.

당시 대만업계의 중국 러시는 PC가 비록 CPU, LCD 패널 등 하이테크 부품의 ‘결정체’라고 하지만 완성품을 만드는 데는 역시 사람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재 콴타의 경우 1주일에 1000명 정도가 조립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 이외의 어느 국가에서도 이 같은 노동력 조달이 불가능하다.

신속한 수·발주 업무도 큰 경쟁력이다. 노트북 PC의 경우 콴타, 컴팔 등이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델, HP 등으로부터 수주한다. 수주 후 상하이 주변의 생산공장에서 2일 이내 제품을 만든다. 완성품은 직접 해당국가로 옮기기 때문에 발주부터 10일 정도면 소비자의 가정에 도착한다.

조립 뿐만이 아니라 설계·개발에서도 대만업체들은 강점을 지녔다. 실제로 대만업체들은 PC 소형화를 위한 고밀도 실장기술 등에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들어 중국의 PC업체들도 대만업체들에게 위탁생산을 맡길 정도다.

◇세계 생산 7할 시대 연다=대만업체 중 세계에서 통하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PC업체는 에이서 뿐이다. 그러나 이 나라 시장조사기관인 자책회정보중심은 올해 대만업체들의 생산 점유율이 69.9%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비해 20%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자국내 수 십개 이상되는 OEM PC업체들이 날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 PC 세계 3위업체인 일본의 도시바는 올 4월 현재 외부 위탁율이 약 30%에 달한다. 이 회사는 향후 원가절감을 위해 11월까지 중저가 기종을 중심으로 위탁생산을 50% 이상 확대할 방침인데 그 대부분의 수주를 콴타 등 대만업체들이 차지했다.

자사 생산률이 높은 데스크톱 PC에서도 대만세의 위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게이트웨이는 사우스다코타주에 위치한 자사 공장을 지난 여름 폐쇄했다. 이와 관련 웨인 이노우에 CEO는 “중국에 공장을 보유한 대만업체에 모든 생산을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연간 위탁생산량은 100만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PC의 심장부 격인 마더보드 및 LCD 모니터 부문에서도 대만업체들의 점유율은 70∼80%까지 상승했다. 10월 중순에 타이베이에서 강연한 휴렛팩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 CEO는 “대만은 우리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