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주총 전자투표제도 도입 시급

이윤동기에 의한 경쟁을 본질로 하는 시장경제를 끌고 가는 경제에는 개인·가계·기업·국가 등 다양한 주체가 포함될 것이다. 그 중 특히 주식회사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실험·개발하는 대자본의 회사가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은 법적 관점에서 볼 때 주식회사 주주의 유한책임의 원리와 주식양도자유의 원칙에 힘입은 바 크다.

 전자는 출자자인 주주가 출자금액을 한도로 하여 책임질 뿐 회사 채무에 대해 출자금이 아닌 개인재산으로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원리이며 후자의 법리는 투자금액을 회수하고 싶은 주주로 하여금 회사의 주식을 타인에게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식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주식양도가 자유로워 대자본을 형성하는 요인이 됐지만 동시에 회사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주식의 시세차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주주를 탄생시켜, 결과적으로 회사 경영진이 주주의 간섭없이 전횡할 수 있는 환경을 낳았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토론하고 의결하는 비용과 노력을 들이려 하지 않아 주주의 무관심이 대규모 회사일수록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최근 미국의 엔론사건, 우리 대기업의 분식회계사건 등은 이러한 주주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예다. 급기야 회사의 경영진의 전횡으로부터 회사와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가 회사법의 화두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주식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상법이 개정되어 사외이사제도와 감사위원회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외부인에 의한 감독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회사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회사법상의 여러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면 이는 경영진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견제수단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주총회 및 주주권리 행사의 활성화는 결국 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주주총회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주주가 권리행사를 함에 있어 많은 비용과 수고가 요구되기 때문이고, 이러한 주주의 행동은 합리적 무관심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주주로 하여금 주주총회에 보다 손쉽게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데 주주총회에 전자기술의 도입은 이러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주에 대한 서면통지를 신속한 전자통지로 대체하고 주식회사의 경영과 관련되는 많은 정보를 전자적으로 공시하게 할 경우 주주는 보다 용이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주총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의결권을 전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주주총회 자체를 전자적인 방법으로 개최할 수 있게 된다면 주주권 행사는 현장주주총회에 출석할 필요없이 집이나 직장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있게 된다.

 전자투표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주주총회의 참석에 소요되는 비용과 노력은 상당부분 절감될 수 있으며, 전자주주총회제도가 도입될 경우 현장주주총회를 개최함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도 절약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주주총회 더 크게는 주식회사를 옥죄어 오던 주주의 합리적 무관심이 합리적 관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미 미국의 경우 델라웨어주를 선두로 텍사스주, 미네소타주, 캔자스주 등이 회사법을 개정해 아예 전자주주총회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일본도 지난 2001년 상법을 개정하여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였고 유럽 국가들도 주주의 권리행사의 전자화를 위한 입법을 시도했다. IT기술 강국으로서 우리나라도 주주총회의 전자화를 위한 기술적 기반 구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나 현행 상법으로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은 어려우므로 상법 개정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물론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발행회사들이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에 관해 주저하는 바가 없지 않으나 일본처럼 대기업들이 기업이미지의 제고를 위해 의외로 전자투표제도를 적극 도입 실시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주주총회에의 IT기술의 도입은 상법의 오랜 숙제라 할 수 있는 주주총회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더욱이 회사경영의 투명성이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음을 목도하는 현실에서 주주총회 전자화의 첫 단계로서 전자투표제도의 적극적인 도입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본다.

 <정경영 성균관대 법대 교수 gyjung@yurim.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