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PTV와 방송통신 융합

인터넷은 지상파, 위성, 케이블에 이어 방송의 네번째 미디어로서 부각되며 방송과 통신의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했다. 이제 통신업체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IPTV 서비스로 방송시장에 새로운 출사표를 던지고 케이블업체들의 통신 시장 진입과 경쟁하며 방송·통신시장 융합의 기선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통신업체들의 비디오 서비스는 주로 주문형 비디오를 중심으로 시도돼 왔다. 그러나 최근 IPTV서비스는 이미 검증된 방송 사업 모델이며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이제는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는 점에서 국내외 통신사업자들이 속속 IPTV서비스의 제공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방송은 전파가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전통적으로 강력한 규제와 허가의 대상이 돼 왔다. 이것은 지상파에서 케이블, 위성으로 매체의 범위와 채널이 확대돼도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방송 매체로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제한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의 무한대 통신 대역폭은 1000여개의 채널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10000여개의 채널로 증폭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 국민은 일부 방송 매체의 독점으로부터 해방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으며 시청자는 서점에서 책을 골라 보듯이 원하는 내용의 방송을 어떤 것이든지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IPTV는 유럽과 일본을 기점으로 그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유럽에선 이미 이탈리아의 초고속 사업자 패스트웹이 2003년 상용화한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의 검증을 바탕으로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역시 2003년 NTT와 레오팔레스라는 주택사업자가 IPTV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시작했으며 일본 최대 초고속 사업자인 야후BB도 IPTV서비스를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제4의 미디어로 선전하며 IPv6를 가미한 IPTV를 시작해 1000만 초고속 인터넷가입자에게 셋톱박스를 보급, e재팬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진하였다.

 이에 반해 초고속 인터넷과 IPTV의 실험을 일찍부터 시도해온 한국은 아직도 상용화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IPTV를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 멀티캐스트의 수용을 위해서 백본에 위성을 사용한다는 계획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는 IPTV가 가지고 있는 채널의 폭발력을 고려하지 않은 임시적인 수단에 불과하므로 광백본의 전면적인 교체를 통한 인터넷의 근본적인 개선을 시작해야 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라 규제와 제한이 철폐되거나 완화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한국의 IPTV 진입이 선진국에 비해 늦어지는 것은 여전히 제한적인 채널로 인해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진 소수 업체가 방송을 독점한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구시대의 규제 때문이다.

 많아지는 채널에 부합하도록 소규모의 방송국을 만들고 많은 방송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제작의 원소스가 될 수 있는 기존 방송 콘텐츠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된 유통체제의 구성이 시급하다.

 또한 저가의 방송제작시설이 필요하며 소규모 방송국의 설립을 위해 국가기관과 통신업체가 연합한 지원체제도 만들어져야 한다.

 IPTV 서비스를 과감하게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관련 장비의 급격한 하락이 그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셋톱박스의 시장 판매 가격을 50달러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1000만세대에 이르는 가구에 대한 수요 창출이 중요한 기반이 되었지만 셋톱박스 업체의 피나는 가격 인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IPTV 서비스 제공업체의 과감한 투자를 전제로 한 셋톱박스업체의 혁신이 필요하다.

 인터넷의 속도 경쟁으로 인한 제1세대의 초고속 인터넷은 이제 막을 내렸으며, 서비스를 기초로 한 제2세대의 초고속 인터넷이 시작되고 있다. 제4의 방송 매체로서의 IPTV는 새로운 인터넷의 주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위해서는 1990년 후반에 통신 서비스의 규제 해제에 의한 경쟁 촉발이 강력한 매개체가 돼 왔듯이 이제 방송서비스의 경쟁 촉발을 통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시기다.

 <박현제 주인네트 사장 hjpark@zoo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