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재도약 10대 어젠다의 첫 번째로 ‘코스닥 활성화’가 언급돼 기대가 큽니다.”
지난 8일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벤처기업 활성화 간담회’에서 코스닥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로 나온 것을 놓고 기대의 목소리가 높다. 증권·선물거래소와의 통합을 앞둔 코스닥시장 관계자들은 물론 코스닥에 등록했거나 등록을 앞둔 기업 관계자들도 그 나름대로 이번 발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실 코스닥은 이 나라 IT 벤처기업과 떼어놓을 수 없는 곳이다. 때로 각종 투자 비리로 얼룩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코스닥은 자금력이 부족한 IT 벤처기업에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을 제공해 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침은 침체돼 있는 코스닥 시장과 코스닥 기업들에 분명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코스닥은 정부 정책보다는 투자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곳인데 효과가 있을까요?”라는 한 코스닥 관계자의 말은 이번 정부의 발표가 ‘소문만 무성한 잔치’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코스닥 활성화의 전제 조건은 투자자 유치다. 투자자가 모이지 않는 주식시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무리 정부가 코스닥 시장에 제도적·물적 지원을 하더라도 투자자가 없으면 코스닥은 존재 의미가 없다. 코스닥의 주인은 결국 투자자들이지 벤처가 아니다.
따라서 코스닥 입성을 꿈꾸는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좋지만 코스닥의 투자자들을 위해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불량 벤처기업의 투자 비리에 실망하며 코스닥을 떠나는 투자자들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이번 발표가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큰 틀을 완성하기 위해 코스닥을 차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앞선다. 자칫 ‘벤처기업을 위한 코스닥 활성화’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와 함께. 처음 논의는 ‘벤처기업 활성화’에서 시작됐지만 이번 논의를 계기로 ‘벤처육성을 위한 코스닥 활성화’를 넘어 ‘코스닥 투자자들을 위한 진정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