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 과업 변경으로 인한 프로젝트 차질을 자주 경험한다.
조사에 의하면 발주자의 요구사항 변경으로 초래되는 사업자의 비용 초과는 대기업이 21.4%, 중소기업은 24.0% 수준에 이른다. 특히 사용자의 요구사항 변경은 프로젝트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프로젝트 실패 원인의 87%가 사용자 요구사항 변경에서 기인했고, 13%가 사업수행 미숙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요구사항 변경은 프로젝트의 납기 지연은 물론 그에 따른 지체상금 발생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지체상금 발생으로 인한 사업자의 손실비용은 조사된 것만으로도 2002년에 289억원(8개 업체), 2003년에 216억원(11개 업체)으로 나타났다. 원인 제공자는 발주자(66.2%)가 수주자(33.8%)보다 2배가량 높았고, 그 주요 원인은 사용자 요구사항 변경(41.5%)이었다. 사용자 요구사항 변경은 얄밉게도 사업종료에 가까운 시험단계에서 주로 발생(70% 정도)함에 따라 납기지연, 예산초과, 품질저하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면 요구사항 변경 관행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설의 시공 중심으로 돼 있어 IT 분야에 적용하기 곤란한 현 ‘국가계약법’을 개선해야 한다. 즉, 계약금액 조정과 관련된 변경 사유로 명시된 ‘물가인상, 설계변경, 운반거리 및 시간’ 등은 IT 사업에는 적절하지 않다. 건설 시공 중심으로 돼 있는 현행의 계약금액 조정 관련 국가계약법, 시행령, 시행규칙 및 하위기준을 지식기반 사업의 하나인 IT 사업에 적합하도록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 법령의 개정에 따른 그 하위 기준인 요구사항 변경관리 절차나 요구사항 변경규모 산정 방법, 요구사항 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방법 등도 새롭게 신설돼야 하고, 업무범위 및 요구사항 변경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현행 SW산업진흥법상의 ‘SW사업분쟁조정위원회’ 안에 요구사항 변경으로 인한 분쟁조정 기능(가칭 요구변경조정분과위원회)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가 수주와 과도한 요구변경으로 초래된 IT 산업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과업변경에 따른 적절한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국가계약법이 이런 내용을 포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일 것이다.
<황인수 삼성SDS 수석(SW프로세스팀) insoo.hw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