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 인수전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온세통신·드림라인·SK네트웍스 등 나머지 유선사업자 구조조정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특히 데이콤-파워콤 연합은 두루넷 인수가 어려울 경우 자체망을 기반으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뜻을 비춰 이 망을 임대해 사용하는 후발 유선사들의 행보도 불투명해졌다.
◇온세·드림, ‘업친데, 덥친격’=초고속인터넷 4, 5위 사업자인 온세통신과 드림라인은 올들어 독자생존에 온 힘을 기울였지만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9월말 온세통신 39만5000명(3.4%), 드림라인 13만4000명(1.1%). 지난 3월부터 두루넷이 매각에 앞서 무료 상품권 배포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늘린데다 KT, 하나로텔레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이에 맞대응하면서 안팎 곱사등이가 된 것.
온세통신은 지난 7월 하나로가 시외·국제전화 시장에 뛰어들자 두달만에 10만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갔다. 하나로의 사전선택제가 주요 원인으로 통신위까지 제소했지만 가입자 이탈을 막지 못했다. 세아그룹에 넘어가 전용회선 전문업체로 가닥을 잡은 드림라인은 데이콤과 파워콤의 전용회선사업 연합전선에 허덕였다.
여기에 파워콤이 회선 소매업 진출까지 선언, 파워콤 의존도가 98%인 온세통신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드림라인은 SO 비중이 높아 파워콤 의존도가 12%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경쟁력 저하는 명약관화다.
양사 관계자는 “경쟁 사업자의 망을 어디까지 믿고 쓸 수 있겠느냐”면서 “살아남기 위한 다각도의 방도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발사, 독자생존 가능할까=문제는 후발 유선사들이 독자망을 구축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양사가 독자생존을 선언한 상태지만 거대 공룡들의 싸움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시장재편에 법정관리중인 온세의 경우, 회사 존폐까지 거론될 지경이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채권단이 최태원 SK회장 지분 처리 등을 요구해 안정을 찾았지만 두루넷 매각에 따른 경쟁사 재편과 데이콤-파워콤 소매업 진출 등의 외부 변수가 큰 부담이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업계 한쪽에선 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 유효경쟁 정책을 펴면서도 추가적인 사업 인가로 출혈경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외국자본까지 들어와 먹고 먹히는 형태에선 자금력이 달리는 후발사업자들은 자연 도태될 수 밖에 없다”라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