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울중기청장들의 조기퇴진

 ‘5개월’. 지난 두번에 걸친 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장의 평균임기다. 전임 신종현 청장이 6개월 만에 사임했고 그 뒤를 이은 허순영 청장이 그보다 더 짧게 임기를 마쳤다.

 지방중기청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해도 ‘이건 심하다’는 목소리가 부·울중기청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현안을 정리해 보고하기 위한 페이퍼 작업을 하기도 바쁘다”는 관계자의 말이다. 관계자는 “덕분에 직원들이 지역 중기 문제점을 너무 잘 알게 됐다”며 자조한다.

 부·울지방중기청장의 이름을 제대로 모르는 기업 사장도 많다. 부산 업계에서는 “해도 너무한다”며 “지역 업계 현황을 파악하기도 버거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여름 부·울중기청장이 주관한 한 모임에 참석했던 한 회사의 B사장은 “영세 업체가 많은 만큼 다른 어느 지역보다 부·울중기청이 할 일이 많다고 부탁했었다. 간담회를 알리는 플랜카드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부산·울산지역에는 1만여개의 중소기업이 산재했다. 수도권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해도 부·울지방중기청은 어쨌든 광역시 2개, 인구 500만명을 포괄하고 있는 관청이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 중소업체들도 어려움에 빠져 있다. 자금도 부족하고 인력도 없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업체도 적고 판로개척도 용이하지 않다.

 부·울중기청 관계자의 “공교롭게 됐다. 이달 말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어 이번 부·울지방중기청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됐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단명’ 사태가 두번이나 이어서 발생했다는 것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특히 지방 중소기업 정책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성진 중기청장은 두달 전 부산을 방문해 부산 업계의 어려움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 갔다. 마침 11일부터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어 여기에 다시 참석했다. 지역혁신에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지방기관장들에 대해 적절한 임기를 보장해주고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지역혁신의 일종이 아닐까.

 부산=경제과학부·허의원기자@전자신문, ew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