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디지털 뉴딜, CT에 주목해야

최근 정부는 내수를 살리고, 잠재성장률 5%대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10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 사업은 주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와 IT산업에 집중될 예정이다. 특히 IT분야와 관련해서는 ‘디지털 뉴딜’이란 슬로건 아래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킨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국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과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그리고 텔레매틱스 등이 IT분야 주요 투자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존의 IT기반을 보다 고도화하고, 정보와 콘텐츠의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 동안 ‘정보통신 강국’을 강조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정보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로 IT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국내 경제의 면면을 살펴봐도 IT산업은 이미 국내 총생산(GDP)의 14%, 총수출액의 40%를 떠받치고 있는 대표적인 효자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IT산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혁신은 산업 발전의 필수조건이고, 따라서 정부의 이번 계획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자신문에서는 디지털뉴딜 사업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한 방향설정에 대한 네티즌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네티즌은 총 7개 항목 중에서 ‘미래 기술분야에 대한 R&D투자 활성화 방안’을 가장 많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네티즌이 IT의 빠른 발전속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홈네트워크 및 텔레매틱스 그리고 유비쿼터스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IT는 단순한 ‘기술’에서 벗어나 ‘생활’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고 있다. 특히 다양한 디지털 기술은 이제 경제와 산업의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들 IT 및 디지털기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실현되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이제 기술은 삶릏 단순히 ‘편리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IT는 디지털기술의 진보와 함께 다양하고 세밀한 형태로 진화해가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확산된 IT기반 위에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기술인 CT(Culture Technology), 즉 문화콘텐츠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도메인사의 CEO인 스콧 로스는 한국에서 개최된 한 세미나에 초청돼 ‘제조업기반경제는 지식기반경제로, 지식기반경제는 콘텐츠기반 경제(Content based economy)로 발전할 것’이라고 이미 전망한 바 있다. 다시 말해 IT가 나무라면, CT는 그 꽃이나 열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이러한 CT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난 2001년에 ‘국가 6대 핵심기술’의 하나로 CT를 선정한 바 있다. 참여정부에서도 지난해 7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발표하면서 콘텐츠산업을 선정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될 ‘디지털 뉴딜’ 사업에서 CT는 비중 있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08년까지 우리 문화콘텐츠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지금의 1.5%에서 4%까지 끌어올려 세계 문화콘텐츠산업 5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가 달성돼야 하겠지만 특히 기술, 즉 CT의 발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4일 디콘(DICON) 국제콘퍼런스에 참가한 랄프 사이먼 MEF 대표는 한국의 인터넷 및 모바일콘텐츠와 기술력에 대해 ‘원더풀’을 연발하며, 세계 시장에 한국의 콘텐츠와 기술력을 소개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겠다고 직접 제안한 바 있다. 그의 평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인터넷과 모바일과 관련된 한국의 CT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다. 이제 이 기술력을 문화콘텐츠기술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문화콘텐츠산업계가 이번 디지털 뉴딜에 거는 기대가 여기에 있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bmsuh@koc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