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로야구 구단에 IT업체 속속 `진루`

 일본 IT업체들이 프로야구 구단을 창단하거나 기존 구단을 인수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이달 초 일본의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이 IT기업 가운데선 처음으로 프로야구팀 창단을 공식 선언했다. 전통 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프로야구구단주 회의에서 고민한 끝에 사업 진출을 승인했다.

라쿠덴의 미키야 히로시 사장은 “인터넷의 출현은 세상을 크게 바꿨다”며 “IT산업이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1일에는 소프트뱅크가 다이에 호크스 구단 인수를 사실상 확정했다. 손정의 사장은 “소프트뱅크는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연간 1000억엔의 광고비를 쓰고 있다”며 “다이에 구단의 10억엔이 넘는 연간 적자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움직임을 보면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프로야구계가 분명 IT기업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듯하다. 두 회사 외에도 라이브도어, 유선브로드네트워크 등 인터넷업체들이 세이부 라이온즈, 요코하마 블루웨이브 등 기존 팀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프로야구 구단 모기업의 연이은 도산·구조조정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계에 IT기업들이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IT업계,프로야구 구단에 왜 관심 갖나=이번에 프로야구단 창단 의사를 밝힌 라쿠텐은 이미 축구 J리그 빅셀고베를 운영하고 있다. 라쿠덴은 인터넷 쇼핑몰인 ‘라쿠텐시장’을 운영 중인데 이 사이트를 통해 입장권과 각종 스포츠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미 라쿠텐시장에서 스포츠 분야와 연계해 의료, 디지털카메라, 과일 등을 저가 할인세일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프로야구에도 접목시키겠다는 속셈이다.

소프트뱅크 역시 프로야구 구단 인수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노리고 있다. 특히 종합 통신사업자로 부상하기 위한 기폭제로 프로 야구팀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해 프로야구 팬들에게 직접 경기를 관전하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운영할 계획이다. 또 향후 다이에 전 경기를 계열사인 브로드밴드 통신사업자 야후BB의 회선을 통해 생중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 여러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FTTH 망 등 고속 통신망을 통해 중계하면 DVD 급의 고화질 방송도 가능하다. 결국 프로야구를 즐기는 방법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위험은 없나=라쿠텐은 프로 야구팀 창단 4년 이내에 흑자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변수는 많다. 경기장 인원 동원 능력, 고액 연봉에 따른 원가 극복 등이 문제다.

소프트뱅크는 더 절실하다.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기존 사업에 또 다른 적자 사업을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프로야구 진출의 효과=라쿠텐과 라이브도어가 프로야구 구단 창단 및 인수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라쿠텐의 인터넷 검색 사이트의 검색건수는 평균 1일 5만건에서 무려 13만 건으로 급증했다. 중·장년층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라이브도어 역시 인지도가 아주 높아졌다.

사실 소프트뱅크의 경우 다이에 인수 추진이 알려진 후 연고지인 후쿠오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수 합병(M&A)을 밥 먹듯 하는 소프트뱅크가 사정이 나빠지면 다시 팔아 넘길 것’이라는 비난이 많았다.하지만 인수가 사실상 결정되자 지역 언론들이나 여론 주도 층은 주주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다이에 경기를 브로드밴드 방송으로 중계하는 이벤트에도 대다수 찬성하고 있다. 매년 광고비로만 1000억엔을 쏟아붓고 있는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자연스런 인지도 상승 효과를 얻고 있다. 연고지 팬들의 야구팀에 대한 충성도를 감안하면 향후 통신사업에서도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