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일의 D램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메모리가 15일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을 계기로 세계 3위 메모리 업체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또 이번 주식 상장을 통해 엘피다메모리는 모회사인 NEC와 히타치제작소의 품을 떠나 독립경영의 기틀을 다질 계획이다.
상장과 함께 발표된 엘피다의 올 상반기 실적도 65억엔 흑자로 전환, 지난 2001년 두 회사의 D램 사업부의 합병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년 동기 175억엔 적자)를 탈피했다. 올 전체 실적 전망에서도 216억엔 흑자(전년 268억엔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그러나 이처럼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하는 엘피다 호의 장밋 빛 미래를 점치기는 아직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D램 시장의 불투명성과 세계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는 것이 엘피다의 최우선 과제다.
◇마침내 독립경영 체제로=“기술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향후 D램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3개 정도만 남게 될 것이다.” 15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카모토 유기오 사장은 공모가를 상회한 첫 거래에 만족을 표하며 세계 3위권 진입을 선언했다.현재 엘피다의 업계 순위는 5위다. 이미 엘피다는 지난해 인텔 등 약 30개사로부터 설비투자 자금으로 1700억엔을 조달했고 올 6월에는 향후 3년간 총 5000억엔을 투자해 최첨단 D램 공장 건설에 착수키로 했다. 최근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수입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토록 재무성에 압력을 가하는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2004 회계연도(2004.4∼2005.3)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2배 증가한 2201억엔의 흑자(2003년 268억엔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NEC와 히타치는 각각 24% 전후의 지분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엘피다는 상장 기업으로서 독립경영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시장 전망은 불투명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는 올 D램 출하액이 전년 대비 60% 증가할 것이지만 내년에는 3%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D램 전문업체로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이 명제는 치열한 경쟁을 넘어서 세계 1위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전자를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세계 메모리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한다. 삼성전자의 생산량에 따라 시장가격이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삼성의 무기는 D램과 낸드형 플래시메모리의 ‘혼류’ 생산라인이다. 수요·가격 등에 따라 생산비율을 자유자재로 바꿀수 있다.
엘피다는 디지털가전, 휴대폰 등 ‘비PC’용 D램 비율이 50%를 넘어 가격 붕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의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결국 D램 하나로 생존하겠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D램만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지적한다.
◇성패는 자금에 달려 있다=엘피다의 또 다른 생존 과제는 재무상태다. 시황이 격변하면 거액의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이 현재의 위치에 선 것은 ‘엄동설한’도 무사히 넘길수 있는 튼튼한 재무구조 때문이다.
엘피다는 비록 PC용 범용 D램을 대만 수탁업체들에게 맡기는 등 D램 이외의 제품을 외부로부터 생산 위탁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만 체력적인 면에서 삼성전자 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또 NEC와 히타치에서 파견된 인력 대부분이 지난달 복귀했다. 자본과 인력에서 명실상부하게 독립기업으로 재탄생한 엘피다의 외로운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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