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을 기점으로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컴퓨터통신통합(CTI) 구축 전문기업들이 속속 업종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에 등록된 예스컴·예스테크놀로지·디지탈온넷·시스윌·로커스테크놀로지스 중 예스컴과 예스테크놀로지는 이미 다른 분야로 업종을 전환한 상태이며, 시스윌 등도 콜센터보다는 무선인터넷 부문의 매출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면서 아예 업종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기업들의 IT 투자위축에 따른 장기간의 시장침체, 군소업체의 난립에 의한 과당 출혈 경쟁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그동안의 주력 사업인 콜센터 구축 사업을 더 영위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콜센터 업계 ‘위기’=예스컴은 최근 MP3플레이어 회사인 디지털웨이와 주식 교환을 통해 엠피오(대표 우중구)로 사명을 변경하고, 사업분야도 디지털웨이의 MP3플레이어 판매와 마케팅을 전담하게 됐다. 주식교환은 예스컴(현 엠피오)이 디지털웨이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형태의 합병이었지만, 사실상 디지털웨이가 우회등록을 위한 희생양이 된 셈이다. 합병으로 예스컴은 콜센터라는 사업부문은 물론 사명까지 잃어버리게 됐다.
예스테크놀로지(대표 김재중)도 지난주 비전 경영 선포식을 통해 CI 변경과 함께 음성인식·화자인증 사업에 대한 중단기 전략을 발표했다. 그동안 뉘앙스사의 기술을 이용, 꾸준히 음성 시장을 두드려왔던 예스테크놀로지는 콜센터분야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큰 국내 음성인식·화자인증 시장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코스닥증권시장에서 상호약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예스테크도 지난 15일 YES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이달 초 단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시스윌도 이미 주력사업의 비중이 무선인터넷솔루션 쪽으로 변했으며, 엔써커뮤니티는 코스닥 등록이 취소된 상태다.
◇새로운 도약 가능할까=이들 업체의 업종 변경과 쇠락의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침체다. 또 3∼4년간 지속된 콜센터 업계의 호황기때 군소 업체들이 난립했던 점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군소 업체 난립은 프로젝트별 덤핑 경쟁을 만들어냈고, 발주 프로젝트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 같은 어려움은 더욱 가속됐다.
이와 함께 결정적인 카운터 블로를 날린 것은 전반적인 IT업계의 침체와 IP로의 전환이라는 기술 트렌드로 인해 그동안 소규모 콜센터 사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시스템통합(SI) 회사 등 대규모 IT 기업들이 관련 사업에 진출한 점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주력 사업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에서 볼 때 회사 자체의 경쟁력 확보 실패를 실질적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기업이 콜센터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얻었나=대표적인 콜센터 업체들의 몰락을 통해 관련 업계는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외산 장비를 들여와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형태로는 산업의 트렌드를 좇아 명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벤처붐때 코스닥 시장에 등록, 호황을 누릴 때 미래에 대비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로커스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콜센터 사업의 해외 진출을 시도했고, 무선인터넷 분야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등 사업 다각화도 추진했다. 기업분할도 단행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생물”이라며 “주력 콜센터 기업들의 최근 상황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