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환경 개선때 경쟁력 강화된다

 우리나라의 디지털전자산업 요소별 경쟁 우위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도 떨어진다는 산업자원부의 분석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한·중·일 3국간 전자산업 환경을 비교 분석한 결과 종합기술력·고급 인적자원·마케팅 능력 등 투입자원 부문에서는 일본이, 내수시장·산업입지 인프라·투자유인 산업정책 등 산업환경 부문에서는 중국이 경쟁 우위를 보였다는 것이다. 우리의 산업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동북아 3국 가운데 그것도 디지털전자산업 부문에서 우위를 보이는 산업환경 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세계 3위 디지털전자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디지털전자산업 환경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함을 말해준다.

 중국에 비해서도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적어도 디지털전자산업 분야에서는 우리가 중국에 앞서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은 틀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나마 우리가 현재 비교 우위를 보이는 고급 인적자원 요소도 2006년에는 중국이 우리를 역전하는데다 중국이 우위를 보이는 산업환경 요소들은 앞으로 우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데에 비해 우리나라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을 자성해야 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디지털전자산업 환경 전반에 걸쳐 일본에는 물론 중국에까지 열세인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은 경제회복기를 맞아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이 돌아올 정도로 산업환경이나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고 중국은 매년 막대한 외국자본과 기술이 유입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투자 부진에다 정부의 정책개선 미비 등으로 산업구조 고도화나 환경 개선이 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처지에서 동북아 경제중심지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산업경쟁력 비교보고서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원천기술력 및 기초생산기술력 부족, 조립 가공 위주의 압축성장 전략으로 인한 전자부품·소재산업의 취약, 소수품목에 과다의존함으로써 외부 경제에 취약한 점 등 우리 디지털전자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잘 알고 있다. 또 출연기관이나 민간연구기관들이 각종 보고서를 통해 산업기반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환경 개선을 제안했고 산업단체들도 산업과 경영 환경부문에 대한 개선을 여러 차례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그때마다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개발연대 이후 부품산업 강화는 감초처럼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비교 우위 면에서 전혀 달라진 게 없이 그대로다. 뭔가 잘못되어도 아주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가 디지털전자산업 발전을 위해 핵심 원천기술 개발노력 강화, 부품·소재산업 경쟁력 우위 확보, 고부가가치제품으로 구조 고도화, 국제환경변화 적극 대응 등 4가지 전략적 목표를 설정, 추진한다고 한다. 모두 필요하고 옳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발전전략도 체계적인 준비와 여건개선 없이는 한낱 꿈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오는 2007년까지 68%의 기업이 국외로 나갈 것이라는 한 민간연구기관의 조사결과는 산업 공동화를 우려하게 한다. 제조업 없이는 세계 3위 디지털전자 강국 목표도 달성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기업이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 해결해줘야 한다.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있다면 없애야 한다. 인건비 등 생산요소 비용 안정화도 급선무다. 기술 인력, 입지, 금융 등 제반 분야에서 부처간 일사불란한 협조체제 구축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