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발에 나서라.”
컨버전스시대의 도래에 따라 휴먼 컴퓨터 인터페이스(HC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휴대폰기업들의 UI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휴대폰기업의 UI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차세대 UI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희대 김태용 교수는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UI 개발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데 삼성·LG·팬택 등 우리나라 기업은 첨단 기능의 도입에만 힘쓸 뿐 UI의 개선에는 인색한 편”이라며 “UI가 휴대폰의 경쟁력을 가름하게 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현실을 감안, 사용성을 최대한 단순화한 차세대 UI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어드밴스트와이어리스연구소가 미국과 유럽의 휴대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 8월과 9월 두달 동안 출시된 글로벌기업의 휴대폰 UI의 선호도를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노키아·모토로라·교세라 등의 단말기는 디스플레이·배터리 등 부품 관련 기능이 우수한 반면 UI는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우수’, UI ‘기대 이하’=1∼5단계 포인트 점수를 환산해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디스플레이·메모리·배터리 기능은 노키아·모토로라 등과 비교해 평균을 훨씬 뛰어넘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디스플레이·메모리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LG전자의 경우 배터리·카메라폰의 사용성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두 회사는 상대적으로 관계사 경쟁력에 힘입은 부문이 컸다. 삼성전자의 키패드, LG전자의 메모리 부문도 평균 이상의 반응을 끌어냈다. 노키아의 경우 UI와 배터리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반면 다른 부문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으며, 모토로라의 경우는 메모리·UI 부문에서만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휴대폰 UI 부문에서 두 회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체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UI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노키아·모토로라 등도 ‘보통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예 불편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삼성과 LG전자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제품에 비해 많은 우수한 기능이 탑재된 탓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UI에 대한 관심이 덜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인드브랜치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이 하이엔드 제품에 치중돼 동일한 평가는 어렵지만 메뉴 접근성을 의미하는 UI란 점에서는 참고할 만한 조사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LG전자 ‘개선 필요’=삼성전자와 LG전자 측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첨단 기능이 하나의 기기 안에 들어가는 만큼 UI가 복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UI의 개선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하이엔드폰의 특성상 로엔드 부문의 기능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UI의 개선과 관련된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해 개선 필요성을 시사했다. LG전자 측도 “대내외로부터 UI 개선의 필요성을 건의받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UI 개발 나서야=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를 들어 차세대 UI의 개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컨버전스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기능이 휴대폰으로 들어오고는 있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메뉴 구성 체계 등 UI는 단순하고 사용이 편리해야 고객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내 기업들은 휴대폰에 카메라·TV·PTT·DMB·PC 등의 많은 기능을 도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UI 개발에는 인색한 편이다. 클러드의 지현진 사장은 “앞으로 UI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도 UI 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