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이 빠진 3G 전시회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3세대(G) 이동통신 행사인 ‘3G 월드 콩그레스’에 한국은 없었다.

 지난 15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에서 10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기업이 23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번 행사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각국에서 온 기자들도 엄청났다. 주최측이 준비한 프레스룸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코리아’는 없었다. 이번 행사에 우리 기업은 단 한 곳도 참가하지 않았다. 임종태 SK텔레콤 상무가 18일 패널로 나선 것을 제외하면 한국의 참여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국 기업이 앞다퉈 신기술을 선보이는 3G 마당에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이 아쉬움은 이번 행사에 참가한 중국 업체들과 다국적 기업들의 약진을 보면서 두려움으로 변했다. 화웨이테크놀로지스, ZTE, 아모이 등은 싸구려 중국 제품이 아닌 3G 기술을 갖춘 당당한 기업으로 참가했다. 오래 전부터 3G 시장을 준비해 온 다국적 기업들도 빠지지 않았다. 노텔네크웍스, 알카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시스코시스템스, 퀄컴, 노키아, 모토로라, 지멘스, NEC 등 대형 업체들은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특히 지멘스와 알카텔 등은 중국 3G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더욱 열심이었다.

 이들 기업은 3G가 최근의 불황을 타개하고 새롭게 도약할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퀄컴의 어윈 제이콥스 회장, 에릭슨의 칼 헨릭 스반버그 CEO 등도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기를 준비하고 있는 3G 시장을 생각하면 WCDMA 투자 지연으로 착실하게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상황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이를 꼬집듯 현지에서 만난 다국적 기업의 한 관계자는 “삼성·LG전자 등 한국 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없는’ 이번 3G 전시회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다.

 홍콩=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