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반도의 여름 날씨는 봄철 티베트 고원의 적설량과 관계가 있다는 관측 통계가 있다. 한반도에서 4천 Km나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의 봄 눈 적설량이 그 해 한국이 쾌적한 여름을 보낼지 아니면 잠 못 드는 열대야를 보내게 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나비효과’를 갖다 대지 않더라도 이처럼 세계는 눈에 안 보이는 어떤 요인으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로 묶이면서 지구촌은 냉전시대보다 더 무서운 `경제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냉전시대의 핵심 질문이 ‘누구의 편인가’라면 경제 전쟁 시대에는 `누구와 연결되어 거래하는가` 하는 것일 게다. 이 같은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경쟁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글로벌 경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굳이 가른다면 ‘빠른 세상’과 ‘느린 세상’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른 세상은 넓게 펼쳐진 사이버 평원에서 지역적 독점 없이 글로벌 경쟁을 펼치는 큰 세상이며, 느린 세상은 새로운 질서를 거부하고 특혜에 급급 지역에만 안주하려는 작은 세상이다. 느린 세상은 점차 빠른 세상의 속도에 밀려 없어질 것이며, 그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경영 환경 특성 중 첫째는 무형자산이 `지구촌 전체`를 상대로 그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브랜드와 산업표준이 그러하다. 특히 산업표준의 경우, 표준을 주도하는 기업은 독점적 이익을 확보하게 된다. 예를 들면 PC는 윈도 OS, 무선통신은 CDMA 기술, CPU 칩은 인텔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후발 주자와 2위 기업이 시장을 역전할 가능성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둘째는 영업 장소가 물리적 공간서 IT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즉 글로벌한 IT 공간에만 존재하는 상품의 비중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새 영업 공간이 열리면 지리적인 독점성은 없어지게 된다. 전에는 서점 한 곳이 세일하면 지리적으로 떨어진 서점은 따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서점 한 곳에서 할인 행사를 하면 모든 서점이 일제히 비슷한 행사를 해야 한다.
그러면 글로벌 경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술 개발과 브랜드야말로 글로벌 경영의 핵심이다. 원천 기술과 세계 표준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출도 국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수 인재 확보, 기업 환경 개조와 국가 지원, 고급 두뇌 양성 교육시스템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글로벌 경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영에 무관심해도 괜찮을 듯 싶겠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 경쟁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으로 무장되었다면 심각해진다. 맞붙어봐야 승산이 없다. 글로벌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계 교역 규모는 작년 약 3,700억 달러로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동북아 금융·물류·연구 중심 허브로 육성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IT 분야에서는‘ IT839 전략’을 세우고 이를 위해 해외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IT839 전략’은 국내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국가 핵심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IT는 이미 세계적 수준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전자 정부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영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IT 한국’ 비전을 실현할 IT839 전략의 청사진에 근거하여 IT 한국 브랜드가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정부· 민간 차원의 총체적인 노력과 협력을 경주해야 한다. 중국이 그림자처럼 뒤에 따라온 지금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해 질 무렵이면 그림자는 내 앞에 가 있을 것이다.
◆최준근 한국HP 사장 joon-keun.choi@h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