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영방송인 NHK가 디지털 방송시대에 대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NHK는 최근 NTT도코모 등과 공동으로 휴대폰을 활용한 ‘시청률 조사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6년 상반기중 개시 예정인 휴대폰용 지상파 디지털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을 염두에 둔 것으로 휴대폰을 이용해 시청자 동향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 NHK는 24시간 뉴스채널을 개국해 위성으로 송출하는 방안도 준비중이다.
이 같은 NHK의 사업 다각화 방안에 대해 민영방송사들은 NHK의 공룡화를 우려하는 한편 민영방송의 디지털전환 비용이 커지는것 아니냐며 경계심을 내비쳤다.
◇새로운 미디어로 수익 노려=NHK의 휴대폰 시청률조사시스템은 휴대폰을 통해 시청 채널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합리적인 시청률 조사 방법을 고민중인 NHK는 이 시스템을 휴대폰 사용 빈도가 많은 젊은 층의 시청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도구로 활용할 방침이다.
NHK의 수신료 수입은 지난해 6478억엔으로 최대 민영방송인 후지TV 매출의 1.8배에 달한다.
그러나 지상파TV의 수신료 수입은 앞으로 세대수가 감소하면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수신료 인상 등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NHK는 위성방송(BS) 분야의 수신료 수입 확대와 휴대폰 등 새로운 미디어의 수신료 수입 증가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NHK는 전용 단말기용 BS방송 프로그램 공급을 개시한 데 이어 24시간 뉴스 채널 개국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총무성 등과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지만 NHK측은 “24시간 뉴스를 방송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많다”며 채널 개설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이미 사전포석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BS방송에서 시간대별 뉴스를 송출하고 있다.
◇민방, 일제히 반발 움직임=NHK의 사업 영역확대는 민방들을 자극하고 있다. 우선 당장 뉴스 전문 채널 개국 움직임과 관련해 CS(통신위성) 방송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민방이 NHK 위성채널에 시청률을 뺏길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방 측은 “NHK가 수신료라는 안정적인 수입기반을 갖고 있고 특수법인으로서 세제혜택도 받고 있다”며 민방에 불리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후지TV 무라카미 고이치 사장은 “NHK가 정말 화나게 한다. 이미 양측은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NHK 다채널화, 그 배경은=NHK와 민방간 마찰 배경에는 ‘다채널화’라는 시대적 요구가 도사리고 있다. 지상파 뿐만 아니라 위성방송 및 CATV, 인터넷 영상배급 등 다양한 방송이 탄생하면서 방송국은 새로운 방송 및 프로그램 공급에 거액을 쏟아 부어야 한다. 여기서 민방은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NHK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무부처인 총무성은 올해부터 NHK의 정체성과 향후 사업화 방향 등을 논의하는 ‘디지털화 진전과 방송정책에 관한 조사연구회’를 열어 NHK와 민방이 상생할 수 있는 ‘이원체제’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