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DVD영화 `시험대`에

두고두고 볼 수 있는 DVD가 아닌 한두번 밖에 볼 수 없는 DVD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영화 ‘노엘’이 이같은 일회용 DVD에 담겨 앞으로 시장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두번 보고 버려야 하는 이 ‘특별한’ DVD는 생김새는 일반 DVD와 비슷하다. 다만 이 DVD의 재생가능한 표면이 어두운 붉은 색이란 점이 보통 DVD와 다르다. 이 DVD 디스크는 보통 48시간이 지나면 재생 가능한 표면의 붉은 색이 더 검게 변하면서 불투명해진다. 그렇게 되면 DVD 플레이어의 레이저가 이 디스크를 더 이상 읽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재생이 불가능해지고 쓰레기가 된다. 결국 디스크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60시간동안 ‘살아 있게’ 된다.

 영화 ‘노엘’은 수잔 서랜던, 페넬로페 크루즈,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이야기다. 이 독립 영화는 올해 토론토 영화제에서 상영됐으나 대다수 배급업체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결국 영화의 배급권은 콘벡스 그룹에 넘어갔고 콘벡스 그룹은 이 영화를 소수 몇십개 스크린에 배급할 예정이다. 이달 중순부터는 한두번 보고 버려야 하는 이른바 ‘EZ-D’ 포맷으로 아마존닷컴에서 4달러99센트에 온라인 판매된다. 케이블로는 TNT 채널에서 추수감사절 기간에 단 한번 방영될 예정이다.

 EZ-D 디스크 기술 지지자들은 한두번 보고 버려야 하는 DVD 기술을 비디오 대여 서비스와 가입자에게 비디오를 우송하는 서비스의 대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시청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기 때문에 연체료나 반송 우편료는 없다. 대신 CD롬 쓰레기가 생길 뿐이다.

 한두번 보고 버려야 하는 DVD가 이제까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도 어쩌면 쓰레기 문제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이 디스크는 보통 DVD처럼 불법 복사될 수 있다. 단 붉은색 재생표면이 검게 변하기 전에 복제해야만 한다.

 콘벡스는 EZ-D 디스크를 월트디즈니사에 제공해 왔던 ‘플렉스플레이’를 지난달 인수했다. 월트디즈니는 이 영화 DVD 포맷을 지난 1년 동안 8개 시장에서 실험적으로 유통시켜 왔다. ‘캐리비언의 해적’과 ‘브리짓 존스의 일기’등 의 영화를 플렉스플레이로부터 납품받아 EZ-D 디스크에 담아 출시했다. 결국 EZ-D 디스크 포맷은 제작 예산이 많지 않은 영화에서는 하나의 배급 수단이 될 수 있다.

 ‘노엘’의 차즈 팔민테리 감독은 콘벡스의 독특한 마케팅이 한두번 보고 버려야 하는 DVD에 대한 인기몰이에 성공해 이 영화가 3000만 달러의 제작 예산을 쓰는 크리스마스 영화들과 경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대형 극장 체인점 업체들은 극장 개봉과 동시에 TV나 DVD로 방송되거나 판매되는 영화를 상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두번 보고 버려야 하는 DVD도 개봉과 동시에 판매된다면 극장주들이 그런 영화를 상영 거부할 것이다.

 전미극장주협회에 따르면 보통 영화는 DVD로 판매되기 전 5개월 동안 극장에서 먼저 상영된다. 콘벡스는 이들 대형 극장의 이 같은 관행을 피해 로스앤젤레스, 뉴욕, 마이애미, 애틀랜타, 시카고의 소형 극장에서 ‘노엘’을 상영할 계획이며 상영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한두번 보고 버려야 하는 DVD로도 판매할 계획이다. 영화제작사들은 DVD 영화 판매를 빠른 속도로 늘리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 왔다.

 일부 영화제작사들은 극장 개봉 4개월이 다 지나지 않아도 그리고 흥행 성공 블록버스터 영화라도 극장 상영기간 이전에 DVD 판매에 나선다. 5대 영화 제작사들은 영화가 일반적으로 비디오 대여점에 유통되면 같은 영화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무비링크’라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는 덴버 지역 100여개 체인점에 DVD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하루밤 대여에 신용카드로 1달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영화제작사들은 ‘노엘’식 배급에 아직 관심이 없다. 애덤스 미디어 리서치의 톰 애덤스는 “많은 영화제작사들이 그런 방식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