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상장된 51잡(51Job)은 실리콘밸리 투자를 받은 중국의 기업공개(IPO) 중 가장 성공한 사례다. 데이비드 차오 벤처투자자는 이 기업에 대한 투자로 2억3500만 달러 정도의 돈을 벌었다.
중국 신생사들은 간단치 않은 자국 IPO 규정과 늘어만 가는 IPO 대기업들 때문에 현지 벤처캐피털(VC)들을 제치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리콘밸리 VC들도 절실한 자본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을 세우는 데 필요한 노하우와 무엇보다도 신속한 나스닥 상장의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그 대가로 받는 것은 ‘대박’ 가능성이다. 최근 중국 투자를 늘린 에이서테크놀로지벤처의 로널드 추왕 파트너는 “일반적으로 유능한 사업가일수록 외국인 투자 자금을 찾는다”며 “이들은 외국업체의 구조가 더 투명하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VC업계 조사업체인 제로토IPO에 따르면 중국인 VC가 중국 내 벤처투자에서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0%에서 올 상반기 15%로 대폭 줄었다. 중국인 VC들이 올 상반기 기업 매각과 IPO 21건을 통해 회수한 투자 수익은 3300만 달러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15건·1억7800만달러에 비해 건수는 더 많으면서 훨씬 더 적은 이익을 올렸다.
51잡의 이야기는 차오 VC가 대박 투자 기회를 찾던 돌 캐피털 매니지먼트(DCM)의 파트너로 재직하던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51잡이 온라인 분야에서 2위에 크게 뒤진 3위 업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0년 2월까지 이 회사에 14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차오 파트너가 지난 2000년 투자할 당시 시장 여건은 현지 투자자에게 매우 불리했다. 미국의 인터넷 거품이 꺼진 지 한참 지나 중국에도 그 여파가 미쳤다. 하지만 그 여파는 매우 강했다. 지난 2001∼2003년 중반 기간에 상장한 업체는 거의 없었다.
싸늘한 증시 분위기와 중국 현지업체에 대한 당국의 규제는 중국 사업가들을 괴롭히는 ‘이중고’였다. 중국 현지업체들은 실타래처럼 복잡한 법과 은행 부실채권을 줄이려는 정부의 위안화 통제 강화 가능성에 늘 손발이 묶여 있는 처지다.
차오 파트너는 최소한 현재로선 중국 당국이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투자를, 그것도 외국인 투자를 원한다”며 “하지만 중국 스스로 자본을 충분히 육성할 능력이 안된다”고 평가했다.
51잡 주가는 상장일 51% 폭등했다. 이 같은 상승률은 인터넷 거품 이후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엄청난 상승폭이다. 51잡 내부자들은 IPO 이후 6개월 동안 지분 매각을 할 수 없지만 에이서테크놀로지벤처스가 51잡 투자로 벌어들인 순수익은 지난 주말 가격 기준으로 대략 2억3500만달러에 이른다.
<토니 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