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편리한 유선 인터넷 서비스 환경에 비할 때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버스로 출퇴근할 일이 생겨 무선 인터넷으로 버스 노선 찾기를 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찾는 노선마다 등록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간혹 모르는 길을 찾아갈 때 무선 인터넷의 위치 찾기를 시험삼아 이용해 보면 알 만한 장소도 안 나오기 일쑤다. 실제로 결정적으로 필요할 때 뭔가를 해 보려고 하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유선 서비스나 다른 서비스에 비하면 서비스 신뢰도라는 측면에서 열악하다. 무선 인터넷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벨소리나 컬러링 서비스도 편리한 유선 환경에 비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모바일 게임을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모바일 게임을 즐겨 하지 않는다(우리 회사에서 만든 게임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사실 오랫동안 붙들고 있을 만큼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게임을 즐겨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PC, PS2, 온라인 등에서 유명한 신작이 나오면 빠짐없이 해 보고, 그중 몇몇 게임은 며칠, 심지어 몇 주 동안 붙잡고 계속한다.
이처럼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와 시원한 3D 화면 게임들을 하다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려면 목도 아프고, 게임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답답하고…. 하여간 10분 이상 졸지 않고 게임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사실 모바일 게임을 하더라도 직업 차원에서 의무감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 게임에 대해 사업적인 관심을 가진 분들 중에서도 실제로 모바일 게임을 즐겨 하는 분이 얼마나 될까.
역설적인 얘기지만 이런 면을 볼 때 모바일 게임과 콘텐츠 시장 전망이 더욱 밝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모바일 게임이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훨씬 스케일도 크고 화려하며, 불법적이긴 하지만 공짜로 할 수 있는 PC, PS, 온라인 게임이 널려 있는데, 그에 비해 만족도가 많이 떨어지는 모바일 게임을 구매해 주는 사용자를 보면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 정도 만족도에 이 정도의 시장을 형성했다면, 앞으로 서비스 환경이 좋아져 만족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면 얼마나 시장이 커질지 상상해 본다.
최근 시판되고 있는 MP3, 메가픽셀 폰의 경우 ARM9 코어를 사용해 기존 ARM7 코어를 사용한 휴대폰보다 월등히 속도가 빠르다. 기존 휴대폰이 기껏해야 초당 3∼4프레임밖에 구현하지 못 하는데 비해 ARM9 폰은 초당 10프레임을 넘는 속도 구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속도 차이는 최종적인 게임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것이다. 또한 용량 면에서도 기존 100∼200K 수준이 아닌 500K가 넘는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아마도 수년 내에 휴대폰에서도 메가 단위의 게임이 나올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존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차세대 게임이 등장하리라 예상해 본다.
지난해부터 국내 모바일 게임이나 콘텐츠 시장은 정체기를 맞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휴대폰 환경의 세대 교체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게임 품질과 소비자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난 2년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조금 개선됐을 뿐 본질적인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본다.
앞으로 ARM9급으로 휴대폰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면, 그에 따라 모바일 게임도 본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아마 그때쯤이면 필자도 모바일 게임을 몇 시간이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 산업은 지금보다 최소 몇 배 성장해 있으리라 확신한다.
<엔플레이 주식회사 대표이사 박기성 kspark@enpl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