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특허관리 총체적 점검을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특허 가운데 버리는 것이 매년 수천건에 달한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더욱이 특허의 질이 크게 낮아서 버리기보다는 갈수록 증가하는 특허 관리비용 부담을 고려해 폐기하고 있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출연연구기관의 지적재산권 관리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와 함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출연연구기관은 대부분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R&D)을 수행한다. 이들 기관이 주로 연구하는 것은 기업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원천기술이다. 때문에 여기에서 확보한 것은 대부분 원천기술에 관한 특허이며 국가R&D 특허나 다름없다. 이런 국가R&D 특허권이 매년 수천건씩 버려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기술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특허의 폐기나 보유는 특허권을 쥐고 있는 기관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아 R&D응 수행하는 기관이 확보한 특허권은 일종의 공공재 성격이 짙은 지적재산권이다. 물론 공공재 성격이 짙다고 해서 또는 출연연구기관이라고 해서 확보한 모든 특허권을 무한정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특허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한물 간 기술의 경우 특허관리의 효율성을 위해서 폐기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라이프사이클이 5년 이상 되는 원천기술이라 할지라도 해당 연구자의 이의 제기가 없으면 자동폐기하는 출연연구기관이 있다는 것은 출연연 특허 관리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연간 특허출원·등록 건수가 2000여건인 곳에서 폐기 또는 관리 포기하는 특허 건수가 1000여건에 달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가치가 없는 기술을 연구하거나 실적 위주의 R&D에 치우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만약 출연연이 관리비용 부담 때문에 꼭 버릴 수밖에 없는 특허권이라면 기술력이 취약한 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 내버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기술경쟁 시대에는 특허 없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선진국이 R&D 투자를 통한 신규 특허획득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은 기술경쟁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기존 특허권을 앞세워 로열티를 챙기는 것은 물론 특허공세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거는 것만 봐도 특허관리의 중요성을 알고도 남는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안한 ‘특허 기부제’ 도입 대상을 대기업에서 출연연구기관으로까지 확대 실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출연연이 연간 버리는 1000여건의 특허권 가운데는 중소기업에서 꼭 필요로 하는 기술이 있을 수도 있고, 특허관리의 낭비적 요소도 제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이 외국기업들과의 특허전쟁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특허를 갖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여기에 일본이 몇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특허권 증권화’ 제도도 참고할 만하다. 특허출원이 많으면서 폐기하는 것 또한 많다는 것은 그만큼 R&D 성과에 대한 효용성이 낮다는 의미인 만큼 사업화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특허를 양도함으로써 상용화율을 높이고, 개발자에게는 수익창출을 통해 R&D 분위기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이중효과가 있는 방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