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KT `멜론`에 대한 시각

얼마 전 SK텔레콤이 월 5000원만으로 유무선 인터넷에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기간 제한)를 함께 제공하는 새 음악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그 정도면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콘텐츠 가치 산정 방식을 음원 권리자들이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우려도 생겼다.

 ‘멜론’이 베일을 벗자 반발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몇몇 이해 당사자들은 ‘멜론’이 결국 시장을 황폐화할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태세까지 불사한다.

 ‘멜론’은 과연 좁디좁은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돈을 벌겠다는 SK텔레콤의 이기적 전략의 산물인가. ‘그렇다’는 사람도, ‘아니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멜론’이 걸음마도 떼지 못한 현재의 디지털 음악 시장을 활성화할 긍정적인 시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기업이 거액을 투자해 디지털 음악 시장 활성화를 노렸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벅스와 소리바다가 유료화되면 시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으로 볼 때 순진한 생각이다.

 불법 시장을 없애는 것보다 ‘돈을 내고 살 만한’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한다. 실제로 ‘정액제 다운로드 서비스’는 SK텔레콤 외에도 많은 국내 음악 서비스 업체가 대안으로 고심했던 모델이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은 음원권리자들과 협상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이번에 속된 말로 ‘내질렀다’. ‘SK텔레콤이 독점할 것이기 때문에’ 혹은 ‘기존 시장 체계와 다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극단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안 없이 흘러오던 디지털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SK텔레콤 역시 ‘멜론을 통해 디지털 음악 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업계 당사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디지털 음악 시장은 모두가 함께 돌봐줘야 할 어린아이다.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