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정부의 이율배반적 DMB정책 논리

지상파DMB는 기존의 지상파TV에서 불가능한 이동휴대수신 서비스를 위해 도입되는 뉴미디어다. TV·디지털TV(DTV)·라디오 외에도 이동휴대 전용의 신규 미디어가 도입되는 것이다. 위성과 지상파로 나뉘는 DMB는 매체정책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유료 가입자 기반의 위성DMB와 무료의 지상파DMB는 그 수익구조 차이 또한 매체별 특성을 강제하고 있다. 위성DMB는 1800만여명에 달하는 SK텔레콤 가입자를 기반으로 휴대폰 보조금 지급까지 고려하면서 매달 일정액의 요금을 지불하는 가입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반면 지상파DMB는 광고에 의존해 수익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매체 간 경쟁에서 위성DMB가 우위에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간 열린 지상파DMB 공청회 자리에서는 사업자 구도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지만 무엇보다도 핵심 논의 사항은 지상파TV의 재송신에 관한 것이었다. 발제자와 토론자 대부분 무료의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DMB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정파시간과 광고시간을 감안하되 지상파TV 콘텐츠의 재송신이 일정부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상파DTV 전송방식 논란과 관련해 정보통신부 장관을 포함한 4인 공동대표의 합의문에서 지상파이동멀티미디어 서비스는 지상파DTV의 이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매체라고 개념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통부 관료들의 지상파TV 재송신과 관련한 언급을 살펴보면, 지난 10월 정통부 과장은 통신방송정책협의회에서 위성DMB의 지상파TV 재송신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통부 국장도 전자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위성DMB에 지상파TV 재송신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12일 지상파DMB 공청회에서는 정통부 관계자가 지상파DMB의 지상파TV 의무 재송신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통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특정사업자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유료의 위성DMB에는 지상파TV의 재송신을 허용하고 무료의 지상파DMB에는 의무 재송신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방송서비스의 제일 큰 고려사항인 수용자로서의 시청취자들에 관한 배려와 방송 매체정책의 전체적인 조명이 결여돼 있다.

 정통부가 특정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관계라고 볼 수 없다. 2개 이상의 경쟁사업자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독점 환경을 제공하고도 부족해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부 관료들이 앞장서서 위성DMB의 지상파TV 재송신을 강요하는 것은 특정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위성DMB는 휴대폰 가입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티유미디어와 도시바·퀄컴의 배를 불려주는 것다. 반면 지상파DMB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토종기술이다. 정통부가 홍보한 바와 같이 많은 국가가 지상파DMB를 채택할 경우 수출시장도 넓어진다.

 정통부는 ‘위성DMB와 지상파TV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므로 약탈적인 경쟁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류다. SK텔레콤이 휴대폰에 제공하고 있는 준 서비스는 자체 시장조사에서도 전체 이용자의 59%가 고정된 장소에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으며, 15% 이상이 집에서 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위성DMB는 휴대폰뿐만이 아니라 차량과 휴대형 단말기에서도 수신이 가능하므로 수도권 중심의 재송신된 중앙방송이 위성을 통해 전국으로 방송될 경우 지역방송의 입지에 타격을 줄 것이다.

 이는 참여정권의 정책 목표인 지역분권 정책에도 명백히 어긋난다.

 정통부는 지역의 지상파DMB 주파수 확보는 2006년이 돼야 가능하다고 공청회에서 밝혔다. 이는 국민에게 약속한 4인 공동대표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며, 그동안 지상파DMB의 국내외 홍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온 정통부가 정작 국내 서비스 실시를 위해 중요한 실질적인 주파수 배치는 외면해 왔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수도권에서는 주파수가 확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에야 사업자 선정이 가능하다. 지역의 사업자 선정을 지체하는 것은 지상파DMB를 수도권에 묶어두고 위성DMB는 전국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 특정사업자에게 유리한 구도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정통부의 무책임한 특정사업자 옹호와 방송에 관한 이해부족이 모처럼 경제에 활력을 주는, 한류로 대변되는 방송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방송의 주인은 바로 시청취자이며 매체별 조화로운 역할분담이 바로 시청자 권익을 위한 첫 단추임을 방송정책 입안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최철규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 cckk@ps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