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쇼핑 부문은 이마트와 같은 할인매장을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되었고 이제 소비자는 백화점 수준의 고품질 서비스와 제품을 동네 시장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점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유통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유독 최첨단 산업이라고 자부하는 SI시장만이 전통적인 유통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국내 SI시장은 고가품을 판매하는 몇몇 대형 SI사업자와 동네가게 수준의 수많은 소프트웨어하우스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이들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소프트웨어하우스의 중급 개발자 월 단가가 4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대형 SI업체의 경우 800만원이 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내 고객들은 두 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신뢰성 있는 대형 SI업체에 용역을 의뢰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SI시장에도 대형 할인점과 같은 획기적인 유통업체가 탄생할 수 있을까. 지난 2000년 ASP 전문업체를 표방하고 탄생한 넥서브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ASP는 고품위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운용·관리하고 온라인으로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IT 아웃소싱 방식에 비해 IT 총소유비용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현재 넥서브는 80여개의 중소·중견기업에 ASP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매출액 6000억원이 넘는 제조기업을 포함해 15개 이상의 중견기업에 오라클 ERP ASP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오라클 ERP ASP 고객 대부분은 월 1000만∼2000만원 남짓한 비용을 지불하고 운용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이것은 ASP가 전통적인 IT 아웃소싱 방식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ASP사업자들이 성장하는 데에는 많은 장애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첫째, ASP는 기존의 SI 유통 체계에 포함돼 있는 모든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근거 없는 정보보호 이슈가 대표적인 사례다. ERP와 같은 상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경우 그것이 기존 SI방식이든 ASP방식이든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공급자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의 시스템에 접속할 수밖에 없는데, ASP사업자만이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의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완전히 근거 없는 주장이다.
둘째는 ASP 고객층이 경제난에 가장 취약하게 노출돼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며, 이러한 고객의 부실화는 ASP사업자들의 현금유동성에 반영돼 동반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1년에 닷컴기업들을 주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던 미국 ASP사업자들의 몰락에서 예견할 수 있다.
셋째, 재투자에 대한 자금부족이다. 2000년에 설립된 국내 대부분 ASP사업자는 글로벌 도약을 위한 2기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으나 투자유치의 어려움으로 투자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것은 2008년께 만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ASP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100억원대에 이르는 매출과 연이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ASP사업자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으며 ASP서비스가 잠재 고객층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ASP사업자들이 신유통 전략으로 성장한 할인점과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유통체계가 SI시장에도 자리잡아 보다 효과적인 정보화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SI시장에도 이마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오병기 넥서브 대표이사(IT렌탈산업협회 부회장) brian@nexer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