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아키텍처(ITA)의 법제화를 둘러싸고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의 기 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이 정보화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사전 감리과 사후 평가를 의무화하는 형태로 ITA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숱한 비판 여론과 정부 내부의 조정 작업에도 불구하고 행자부와 정통부는 별도의 법안 상정을 강행해 결국 국무조정실의 협의조정 절차를 거치게 됐다. 사태가 이렇게 발전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법제화를 강행한 것은 이 제도가 가져올 파급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ITA의 주관 부처는 사전 감리와 사후 평가를 통해 국가 정보화 분야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다. 따라서 행자부는 전자정부 주관부처이기 때문에, 정통부는 IT산업의 주무부처로서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범정부통합전산센터의 주도권을 정통부에 넘겨준 행자부는 “ITA마저 빼앗기면 전자정부 주무부처 자체를 넘겨줘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와 ‘감정’까지 섞여 있는 듯하다. 반대로 정통부는 범정부통합전산센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신 있다는 태도다.
IT의 유비쿼터스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무를 베듯이 영역을 나눌 수는 없다. 그래서 다툼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ITA를 둘러싼 행자부와 정통부의 기 싸움은 그동안 정부 부처의 영역 다툼 정도를 넘어선다. ‘이 싸움에서 밀리면 상대방에게 먹힌다’는 이기주의적 발상과 논리만이 느껴진다.
전자신문 온라인 미디어인 ‘전자신문인터넷(http://www.etnews.co.kr)’이 개설한 ‘와글와글 토론방’도 이 문제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지난주 금요일 ‘ITA 정책은 어느 부처에서 맡아야 할까요’라는 주제가 올려지면서 이 토론방은 네티즌의 클릭과 의견 게재로 와글와글하다. 득표 집계나 토론방에 올려진 의견을 읽어 보면 결코 어느 한쪽도 밀리지 않는다.
해당 부처 입장에서는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일반 국민이나 IT인들은 국가정보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편의성을 제공하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
“국가적 사안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있다니 뿌듯합니다. 결과가 어떻든 화이팅합시다.”(ID:ITA맨) ‘와글와글 토론방’에 올린 한 네티즌의 생각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컴퓨터산업부·이창희차장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