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烏飛梨落(오비이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

 수능 부정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 가운데 불똥이 휴대폰 제조업체로 튀자 한 업체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이번 수능 부정이 값싸고 간편한 휴대폰을 만들어 판매하는 바람에 가능했고, 따라서 이 같은 휴대폰을 만든 업체는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사건의 본질과는 한참이나 엇나간 것이 다. 이른바 ‘오비이락’인 셈이다.

 문제는 수능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이 같은 환경을 조성한 사회적 책임 또한 무시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관계기관을 포함해 교사·학부모의 총체적 책임이다.

 하지만 엉뚱하게 휴대폰이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해당 휴대폰 업체는 벌써 일부러 ‘선수폰’을 만들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능과 사용이 간편한 저가폰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이렇게 몰고 가면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기존 단말기의 판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걱정이다.

 한 휴대폰 업체 관계자는 “벌써부터 항의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단순하면서도 작고 값싼 제품을 만든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제는 이를 수능 부정의 도구로 사용한 학생과 관련자들이 아니냐”고 항변했다. 또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도 “부엌칼을 요리하는 데 쓰면 유용한 도구지만 강도질 할 때 사용하면 흉기”라며 “그렇다고 부엌칼을 만든 제조업체를 나쁘다거나 아예 칼을 만들지 말자고 하지는 않는다”고 비유했다.

 오죽 다급했으면 정보통신부 장관이 “수험장에 휴대폰 전파차단 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언까지 내놓았을까. 기술로나 현실로나 전국의 모든 수험장에서 휴대폰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더 많다. 교육부의 태도는 더욱 어설프다. 수능결과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까 서둘러 진화하는 듯한 모습이다. 여의도 둥근집에서 횡행하는 ‘물타기’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는 말자.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