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수출 내년이 걱정 된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주최한 ‘디지털전자산업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자·정보통신 수출이 1139억달러를 기록하고 IT 관련 산업의 수출과 내수 성장률이 10%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유가 행진과 환율 하락, 중국의 경제속도 조절 등 외적 변수를 감안할 때 그나마 안심이 되지만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록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고 하지만 내년 IT수출 성장률이 올 30.8%의 절반 수준인 16.6%로 급락한다는 것은 우리의 수출 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자·정보통신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그동안 경제의 중심축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주요 수출 품목이 반도체와 휴대폰 등 몇몇 품목에 편중돼 있어 세계시장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첨단제품을 상용화해 놓고도 원천기술 확보가 안 돼 고부가가치 창출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서 외적 요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인 것이다. 그나마 IT산업의 지속적인 수출 호황도 미국과 중국 등의 경제 회복 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유가 한파의 지속과 환율 전쟁으로 세계시장의 성장세도 올해보다 한층 둔화될 것이라고 하니 내년 전망이 결코 밝지는 않다. 가트너가 내년 세계IT시장 성장률이 7.4%로 올해의 10.8%보다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 예상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주요국들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시장 여건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돌파구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불안정한 중동 정세, 테러 위협이라는 온갖 악재 속에서도 프로젝션TV·PDP TV·반도체 등 주요 디지털 전자 품목에서 큰 폭의 수출 증가를 보인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경쟁국에 비해 한발 앞선 기술력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안 좋더라도 기술력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IT기업들도 내년 세계 경제 상황을 감안해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워 놓았을 것이다. 상황이 호전될 수도 있겠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의 돌출로 급전직하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해외 시장 상황 악화로 혹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 기업은 경기가 불황일 때 빗장을 잠그는 데 익숙해 있다. 내년 IT산업 성장률 둔화는 미국과 일본이 각각 3%와 2%대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에 불황을 뚫고 나가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플랜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원천기술 개발은 지속적인 과제라 하더라도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들을 활용해 해외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윈윈전략 차원에서 제시됐던 휴면특허이전제도의 조기 도입도 좋은 대안일 것이다.

 환율이 요동치고 고유가 행진이 지속돼 기업의 수출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확고한 금융정책과 수출 지원책을 마련해 이 같은 기업의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안 되면 우리 경제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IT수출은 우리 경제의 명줄이다. 주변 상황이 어렵지만 다양한 위기관리 시나리오와 적극적인 타개책을 준비한다면 내년 수출 1139억달러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IT업계의 분발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