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스플레이 할당관세 축소 안된다

 정부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용 유리 등 평판 디스플레이 관련 9개 품목에 대해 적용해 오던 할당관세를 대폭 축소하려는 모양이다. 당장 내년에만 1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 액정디스플레이(LCD)업계로서는 비상에 걸려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관련 부처 간 협의중인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정부의 할당관세 적용 품목 축소 움직임은 분명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세계 평판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미래에도 확고부동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품목에 아예 무관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발생하는 역관세 문제나 경쟁제품과의 세율 불균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가 기존 LCD 및 PDP 관련 장비와 재료에 적용해 왔던 할당관세 품목을 최소화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내년도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세수 확보가 필요한데다 평판 디스플레이 관련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이 벌써 3년째에 이른다는 점에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는 시기와 방식 그리고 정도다. 또 할당관세 대상 품목 조정은 미래 산업 여건을 고려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 산업에 대해서는 할당관세 적용을 줄이고 기존 굴뚝산업 관련 품목에는 오히려 적용 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

 잘 알다시피 PDP·LCD·유기EL 등 첨단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최근 우리나라와 대만이 기술개발을 통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삼성과 LG가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기업들을 제치면서 일본 정부와 업계가 우리 업체를 상대로 특허분쟁을 제기하는 등 본격적인 견제까지 하는 실정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최근 디스플레이를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수출산업을 이끌어 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기고 복합단지 조성 등 이에 대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산업의 특성상 고용효과와 관련 부품업체에 대한 파급효과도 커 외국기업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판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와 부품 소재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축소한다는 것은 관련 산업에 대한 설비투자를 가로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쟁국인 대만에서 LCD생산기지인 신주과학단지에 LCD 관련 장비와 재료가 무관세로 들어가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역으로 가는 처사다. 물론 금속전극용 페이스트, PDP 전용유리나 드라이필름, 데이터전극 구동모듈 등 부품 및 원재료는 완제품을 수출할 경우 관세환급을 받아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건식식각기, 증착기, 도포현상기 등은 필수 생산장비지만 국산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며 보전할 길도 없다. 특히 LCD장비는 ITA에 따라 무관세인 반도체 장비와 다를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관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산업 경쟁력 강화나 유사물품 간 세율 불균형 시정 등과 같은 할당관세 취지에 너무나 꼭 맞는데도 불구, 이를 축소 조정하겠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기 어렵다.

 최근 우리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경제를 살리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를 죽이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할당관세 조정이 우리 미래를 이끌 성장동력의 설비투자를 가로막는 쪽이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것이 결국 산업경쟁력을 약화하고 경제불황을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