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전자업계가 직면할 화두다.
전자업계는 올해 내수부진 속에서도 기록적인 수출증가로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수출호조로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톱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더불어 관련 부품업체들도 유례 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국의 수출도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내년 전자 수출은 올해보다 16.6%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전자산업 성장의 토대였던 수출의 둔화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증가율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1000원대 환율을 위협하는 저달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9·11 이후 호황을 누려온 세계 IT시장 성장둔화 전망도 일조하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5%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수출입 기업 전체로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9.9%와 3.8%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내수가 수출둔화 충격을 흡수해 줄 것 같지 않다. 내년 내수는 10.8%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예상치 10.5%와 다르지 않다. 수출증가세가 꺾이는 만큼 성장세는 줄어들 처지다.
당연한 결과지만 내년 국내 전자산업 생산증가율은 11.2%로 올해 18.2%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만큼 투자나 고용창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충격을 완화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저달러에서도 수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첫번째요, 부진한 내수를 회복하는 것이 두번째다.
삼성SDI는 내년에 원가절감을 통해 PDP모듈 가격을 40% 내리겠다고 한다. 부품수를 1800개 절반 수준인 900개로 줄이고, 생산공정도 30% 단축한다는 목표다.
이미 글로벌 대기업들은 살을 깎는 원가절감 전쟁에 돌입했다는 신호탄이다. 가장 직접적인 부품 납품가 인하에서부터 간접적인 효과가 있는 품질 및 생산성향상, 신뢰성 향상까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저달러라는 도전에 응전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정부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원가절감 정책에 가장 먼저 노출돼 있다. 납품가 인하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의 처절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초일류기업은 오래 전부터 원가절감의 최일선에 서 있는 중소 협력사들이 스스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업체는 아무런 대비도 없이 납품가 인하라는 파고에 휩싸일 것이 뻔하다.
정부가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글로벌 대기업 경쟁력의 바탕은 중소 협력사들이다. 중소업체들이 납품가 인하라는 한파를 견딜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부품·소재를 국산화해 자재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내수를 활성화해 숨통이나마 터줘야 한다.
때마침 뉴딜과 신벤처 정책이 정부당국자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뉴딜과 신벤처 정책을 놓고 말이 많다. 인위적 시장창출이 또 하나의 거품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는 길은 중소기업의 체질을 튼실히 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야 시장창출이 거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또 글로벌 경쟁의 전면에 서 있는 대기업들도 원가절감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산업부 유성호부장@전자신문, sh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