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은 ‘네트워크 세상의 백성’이라는 의미다. 백성을 뜻하는 ‘민(民)’이라는 글자의 어원을 따져보면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남자의 눈을 꼬챙이로 찔러 반항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노예로 삼았던 형상을 뜻한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민’이라는 글자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이를 현대로 옮기면 매일같이 사이버 폭력에 눈이 찔려 신음하며 노예로 전락하는 우리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 같아 착잡하기 그지없다.
인터넷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항상 즐겁지는 않다.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는 음란, 욕설, 사이버 성폭력, 게임중독, 사이버 청소년 성매매, 개인정보 침해 등을 너무 쉽게 접한다. 그 대상이 우리의 어린 자녀라고 하면 더욱 더 소름이 끼친다.
이처럼 정보화시대의 역기능은 권위주의 시대에 민주주의를 가로막았던 독재세력과 너무나도 닮은 꼴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 민초들이 권위주의 세상에서 반민주 세력의 폭력 아래 신음했던 것처럼 네티즌은 인터넷 세상에서 사이버 폭력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시판 문화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다. 암울했던 권위주의 시절 게시판에 붙이던 ‘대자보’는 국민의 의견을 개진하는 우리 민주주의 불꽃 정신이었다.
지금의 우리 인터넷 게시판은 모든 국민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통로로 승화되었다. 붉은 악마, 촛불시위, 노사모 등을 통해 인터넷 게시판은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되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강력하게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고 수렴된 민의는 폭발적인 힘으로 나타났다. 역사를 바꾼 것이다.
이번 국감에서 정부기관 홈페이지 게시판은 음란물, 욕설, 상업광고 등으로 인한 운영·관리 미비로 많은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게시판은 공공성을 가지고 있어 많은 국민이 철저한 관리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이재창 의원은 행정기관 홈페이지 게시판의 음란광고와 욕설이 “특히 숙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하는 청소년에게 무차별 노출되고 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교과정에서 나온 내용과 관련해 정부기관의 홈페이지에 자신의 의견을 올리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정부기관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러한 허점을 노린 못된 어른들이 올린 음란물·광고·욕설이 자주 게시된다. 홈페이지 담당 공무원들이 열심히 게시된 내용을 지우지만 실시간으로 게시판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초등학생 자녀가 음란물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경로가 학교숙제를 위해서 정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서 시작된다.
올 7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 수는 3300만명이고 이 가운데 청소년은 1100만명으로 청소년의 95%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청소년이 정서를 파괴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음란·도박·자살 사이트 등에 노출돼 있다. KT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초등학생의 14.4%가 음란물 접촉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꾸준히 인터넷 음란물을 보는 초등학생이 18.1%로 특히 음란물에 무방비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어린 새싹이 인터넷에서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음란·욕설 등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는지 모른다. 정부의 관료주의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이에 새싹들의 소중한 눈망울이 유해정보로 시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추진하였으나 명의도용 문제 등 부작용이 많아 실패하고 말았다.
21세기 들어 인터넷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대응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문화 윤리 운동과 기술이 함께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관련 기술에 종사해 온 전문가의 입장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관장하는 정보통신부와 전자정부 주관부처인 행정자치부가 공동으로 차단기술을 장려하고 개발과 보급에 힘써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김동우 넷인포메틱스 사장 dwkim@netinformatic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