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고종 21년) 설립된 한성상업회의소는 근대적 상공인 운동의 시발로 알려져 있다. 1904년 러일전쟁 이후 일본인의 발호로 민족경제 전체가 압박당하자 한성상업회의소는 일본의 압력에 대항, 민족경제의 활로를 찾고자 애썼다. 1915년 일본인상업회의소로 강제 통합된 조선상업회의소는 해방 후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로 부활했고 현재 69개의 지방지부에 3만5000여 개인 및 법인 회원을 두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과 한국을 움직이는 경제4단체로 성장한 대한상의가 지난주 서울에서 지방경제 회생을 호소하며 5개항의 건의서를 발표했다.
6명의 전국 상의회장단 대표는 “대목인 연말에도 지방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지방경제는 누적된 자금난으로 더는 지탱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방경제 회생의 목소리를 낸 것은 상의 12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지방경제가 얼마나 안타깝고 위험하게 보였으면 지방상의 회장단이 서울에 올라와 회생을 호소했겠는가.
하지만 시급한 현안 가운데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장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지자체장의 경우 자기 지역에서 70년대 이래 주력이었던 전통산업이 쓰러져 회생불능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안 없이 타성적으로 그 산업에 재원을 퍼붓는다는 말을 듣고 있다. 지역 제조업체가 기업지원책에 대한 불만으로 이웃 도로 이전하고 있지만 무대책이란 목소리도 있다. 전통산업 지원일변도에서 탈피해 미래를 내다보는 신산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역유지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습도 보기 어렵지 않단다. 세계적 행사가 자기 지역에서 열려도 모른 척하는 단체장 등도 마찬가지다.
그저 한번 해 보는 말이 아니라 지방상의 회장단이 기자회견을 가진 바로 그날 지방 인사들로부터 들은 얘기다.
대한상의회장단의 건의서 발표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장는 ‘내 지역의 현재’는 물론 ‘향후 10년 먹거리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 보길 호소한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