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PC업체인 에이서가 미국 PC시장에 대한 대공세에 나섰다.
에이서는 90년대 말 미국 PC시장 개척에 나섰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브랜드로 올라설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다시 한 번 미국 소비자를 공략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를 통해 에이서는 현재 세계 5위에서 3년내 세계 3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배경=사실 대만 기술기업들은 해외 마케팅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지닌 혁신의 주체라기보다 치밀한 계약제조업체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국 시장은 델, HP, IBM 등 굴지의 브랜드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할리우드 이미지와 같은 브랜드와 마케팅에 익숙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로저 케이 고객컴퓨팅담당 부사장은 미국에서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매디슨가나 할리우드라는 환상적인 세계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미국 소비자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에이서의 슈미드라이스너 미국사업부 본부장은 에이서가 아직도 미국식 마케팅전을 펼치거나 할리우드 이미지와 같은 비용이 많이 드는 브랜드를 창출할 능력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에이서는 조직과 유통전략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승부는 조직과 유통전략에서=에이서는 3년 전 PC제조사업부를 위스트론(Wistron)으로, LCD 디스플레이 제조사업부를 벤큐(BenQ)로 분사하는 등 대변신을 해왔다. 에이서 컴퓨터라는 브랜드는 현재 대만의 위스트론과 에이어 이외의 4개 제조업체에서 제조되고 있다.
또 에이서는 최근 유럽과 미국 사업을 이끌어 온 이탈리아인 지안프란코 란치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에이서에서 아시아계가 아닌 사람이 이렇게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에이서는 유럽에서 성공했던 이른바 ‘채널전념(channel-only)’ 전략을 채택, 도소매 유통채널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고 직접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에이서는 미국에서 자리를 다시 잡기 위해 PC를 기업 고객에게 공급하는 잉그램마이크로와 테크데이터 같은 유통업체들과 제휴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전망=에이서의 레이 국제영업사장은 오는 2006년까지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을 25∼30%까지 끌어올리고 일부 소매업체를 통해 개인 소비자들에게도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이서는 올해 미국에서만 4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를 10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HP의 마크 산체즈 북미 소비자사업부 부사장은 “에이서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에이서가 처음에 미국을 공략할 때 그랬던 것처럼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IDC의 케이 분석가는 “에이서는 똑똑하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