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가 갈수록 확대되는 2차 전지에 사용되는 국산 소재의 비중이 연초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전해액 사용 비중은 이미 외산을 앞질렀고 양극 활물질 역시 시장점유율이 절반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삼성SDI와 LG화학, 새한에너테크 등이 국산 소재 사용 비중을 크게 높이는 바람에 15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2차 전지 소재 시장에서 국산품이 외산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많은 부품 중 2차 전지용 소재로 한정되긴 하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분야에서 국산 소재로 절반 정도 대체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번에 국산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지금까지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부품·소재 분야의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다. 또 국내 기업들의 원가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어 2차 전지의 시장경쟁력 제고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 동안 국내 업체들이 나름대로 부품·소재 자립에 많은 노력을 했으나 2차 전지 소재 중 양극 활물질과 전해액 등은 국내 기술이 뒤져 일본 등 해외 업체에 대부분 의존해 왔다. 이번에 전해액과 양극 활물질 등의 국산 소재 기술이 향상돼 외산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잘 아는 것처럼 우리는 민·관이 일치단결해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산·학·연 공동연구 개발체제를 구축해 부품·소재 산업의 일류화에 박차를 가해 왔고 세계적인 전자소재 생산업체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2차 전지는 국내 시장규모가 매년 확대돼 내년에는 2조원을 넘어서고 세계 2차 전지 시장도 2002년 34억달러에서 2007년에는 38억36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도 작년에 우리는 2차전지를 3억1729만7000달러어치 수출했으나 수입은 4억966만4000달러로 9236만7000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무리 2차 전지 시장 전망이 밝아도 우리가 경쟁력을 상실해 이 분야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면 기업의 계속 성장은 어렵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 2차 전지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국내 시장에서 국산 소재가 품질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이번 2차 전지 소재의 국산 비중이 높아진 것에 의미를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품과 소재산업은 미래첨단 분야로 우리가 역점을 두고 육성해야 한다. 그것은 부품·소재가 제조업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퀄컴의 CDMA칩은 미국을 IT산업 강국으로 만든 주역이다. 우리가 하루빨리 부품·소재를 육성하지 못한다면 승산 없는 수출경쟁을 계속 벌여 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 부품과 소재 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은 핵심 원천기술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을 하루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수출이 증가하는 만큼 핵심 소재의 수입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또 기업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해 설령 독자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사업화하는 데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을 해소하려면 부품과 소재산업의 독자 기술 개발과 함께 이의 사업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제품에 대한 신뢰성 평가결과, 하자가 없다면 국내 사용을 최대한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기반이 취약한 부품과 소재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민·관이 합심해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국산 사용을 확대해 나간다면 글로벌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한국이 부상하는 일도 그리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이번 2차 전지 소재의 국산 사용 비중 확대가 그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