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들의 광통신망 전환 움직임에 VDSL 등 초고속인터넷 장비 관련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새로운 신규 수요 창출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광통신망 전환이 장비업체들에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장비 도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매출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 전문가들은 KT 등 통신사업자들이 포화 상태에 이른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대해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광통신망 구축은 이런 통신사업자들에게 투자를 미룰 수 있는 좋은 이유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비업체들이 우려하는 숨겨진 1인치의 비밀이 있는 셈이다.
실제 본격적인 FTTH 장비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 장비에 대한 투자마저 최소화하면서, 장비 공급업체들의 매출 중단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 통신장비업체가 KT와 체결한 132억원 규모의 장비 공급 계약 내용에서도 알 수 있다. 이 회사가 최근 성사시킨 계약 중 VDSL 장비는 50Mbps급 일반형 76억원, 50Mbps 롱리치 개량개선형 19억원, 10Mbps VDSL 장비 3억원 등이다.
아직 50Mbps 장비 공급은 기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차세대 장비로 꼽혔던 50Mbps 롱리치 개량개선형 장비는 19억원으로 소규모에 그쳤다. 50Mbps 롱리치 VDSL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된 또다른 업체의 우려는 더욱 크다. 이 업체들은 각각 1억원, 5억원 규모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올해 대부분의 사업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규 공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함께 KT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가입자망 장비 도입은 2006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부터 광주 상무지구의 일반가입자를 대상으로 추진중인 FTTH 시험서비스가 시작되는 만큼 시험평가테스트(BMT) 등 장비 도입 절차를 감안할 때 본격적인 장비 도입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한 WDM-PON을 가입자망에 도입하기로 결정할 경우 실제 구축 사례가 없는 점을 감안, 도입 시기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댁내까지 광회선으로 구축하지 않고 가입자 근처의 전주까지만 광회선을 구축하는 FTTP(Fiber To The Pole) 등 유사 FTTH가 활성화되면 일정 수준 이상의 VDSL 장비 수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신규 장비 도입을 이유로 통신사업자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