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광주 첨단산단에 햇살 드나

 최근 광주 첨단과학산업단지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지역본부의 청사 기공식, 2년6개월 만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한국광기술원의 새 출발 다짐과 함께 광주테크노파크의 벤처기업 한마당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30일에는 자생적 광산업체 연구·개발 모임인 한국광기술연구조합 창립총회가 열리고 다음달 2일에는 국제광반도체산업기술 워크숍이 예정돼 있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첨단산단은 활기가 넘치고 있다.

 외형적으로만 활기를 띠는 게 아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광통신부품 기업인은 근황에 대해 질문받으면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거나 “3교대로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혹자는 이러한 첨단산단의 모습을 ‘3년 만에 비추는 햇살’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난 2000년 광주지역 전략산업인 광산업이 태동하자마자 시장 침체와 곤두박질치는 가격에 업체들은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다. 금융권의 자금 회수, 상환 독촉은 여지없이 벤처기업인의 의지를 꺾었고 일부 업체는 결국 화의 신청을 내거나 부도로 쓰러졌다.

 하지만 올 들어 일본과 미국의 댁내광가입자망(FTTH)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첨단산단 내 광통신 기업들이 서서히 힘을 되찾고 있다. 때마침 이들 기업을 지원할 각종 연구소와 기관도 속속 인프라 구축을 마치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낙관할 상황은 아니라며 업체 및 연구기관의 체질 개선과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감한 업체 간 인수·합병(M&A)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구소나 지원기관들의 한정된 R&D와 영역 다툼을 탈피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광통신부품업체 사장의 말은 광주 광산업계 종사자들이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 세월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과연 (제 회사가)얼마만큼 비전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또한 동종 업계와 연구소가 무엇을 하는지 너무 무관심했다는 반성입니다. 이제야 광주 광산업의 성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경제과학부·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