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정보의 바다에 빠지지 않는 자기관리

얼마 전 국내 대기업에서 자사 직원들이 근무중에 이른바 싸이질을 하는 시간을 체크해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하루에 두세 시간 싸이질을 하며 근무시간을 허비하는 직원이 많아, 아예 해당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사내 인트라넷에 그 주요 사례를 게시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회사에서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자녀와 별의별 약속을 하거나 규칙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필자는 최근 발표된 한 통계를 접하고 나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 국민의 80.9%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하루 평균 2시간 26분이나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에 하루 평균 21분이었던 것에 비하면 인터넷 이용시간이 4년 만에 7배나 늘어난 셈이다.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직장인들은 인터넷을 업무 용도로 사용하는 시간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시간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얻고 소비자의 요구나 영업 정보 등을 얻는 데 사용하지만 메신저나 문자메시지 등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e메일의 경우도 업무·개인 메일이 뒤섞이면서 개인적인 메일을 근무중에 처리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또 메신저의 경우도 마찬가지며 요즘은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만만치 않게 날아와 직장인들은 메일 읽으랴, 메신저 대응하랴, 휴대폰 통화와 문자메시지 처리하랴 그야말로 정신 못 차릴 때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카페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 메시지의 교환량이 어느 나라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보기기와 인터넷의 발달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회의 시간에 방해를 받거나 업무 시간을 허비해본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요즘은 또 메신저가 즉시성이 있어 사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메신저 사용자가 인터넷 이용자의 40%선에 육박하고 있으며, 일주일 동안 평균 6.6시간을 이용한다고 한다. 물론 고객응대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직원 간의 의사소통을 즉시성 있게 처리하면서 생기는 경제적인 가치도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메시지를 활용해 회의시간을 줄이고 또 이에 따른 교통비나 물류비를 절감하는 등 효과도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리거나 업무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근에 이런 일도 있었다. 아침 8시에 회의를 하고 9시경에 세면장에 갖다 와서 업무를 보는 중에 경쟁사의 한 지인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이런저런 얘기가 있던데 사실입니까”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얘기는 방금 전 회의시간에 논의됐던 내용이었고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경쟁사에까지 전달된 것이다. 확인해보니 보편화된 메신저의 부작용이었다. 중요하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씁쓸한 사건이었다.

 3M(메일·메신저·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이용자 사용시간을 관리하는 기능을 보완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메일을 쓸 때 내용을 육하원칙에 따라 5줄 이내로 요약한다든가, 메신저로 상대를 호출할 경우에 반드시 ‘시간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몇 분 정도 대화할 수 있는지를 서로 물어보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회사에서도 개인의 3M 사용시간과 이용방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회사 실정에 맞는 효과적인 관리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정에서도 자녀의 인터넷과 게임사용 시간을 줄이는 협상(?)을 하기 전에 부모가 자녀와 e메일과 메신저로 대화를 하고 또 자녀가 즐기는 게임을 사용해 보면서 좀 더 친밀한 대화를 통해 인터넷서비스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왕에 버릴 수 없다면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가꾸는 것이 좋다는 역사적 진실이 인터넷 서비스에도 통하지 않을까.

 <김연수 시스윌 사장 yskim@sysw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