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 하면 단편적으로 임베디드 시스템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SW)만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시스템에 내장돼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는 컴퓨터를 의미하는 임베디드 시스템의 활용 범주는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DVD플레이어, 셋톱박스 등의 가전기기에서부터 항공기·의료기기·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임베디드 시스템이 활용된다.
이러한 임베디드 시스템이 산업 부문별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하다. 자동차 산업만 살펴봐도 내년까지는 자동차 한 대의 평균 55개에 달하는 전자제어기 내에 임베디드 SW가 내장돼 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한 대의 SW 비중이 지난 2000년에는 4%에 그쳤다면 오는 2010년에는 13%에 달할 것이란 예견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업체들의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한창이다. 하지만 문제는 임베디드 시스템 고유의 복잡성과 기능 및 성능에 대한 고도의 신뢰성으로 인해 개발 작업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증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임베디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가 업체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선진국가에서는 이미 ‘모델기반디자인’과 같은 새로운 개발방법을 발빠르게 수용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프로세스를 간결화·효율화함으로써 신뢰성 있는 개발성과를 거둬 적기에 제품을 시장에 출하, 소기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또 모델기반디자인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툴이 시장에 출시돼 업체들의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행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한 예로 도요타자동차는 도요타 방식의 4P(Problem solving, People and Partners, Process, Philosophy) 중 ‘프로세스’에서 ‘문제 은닉을 방지하기 위해 시각화 관리도구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가지고 시행하고 있다.
모델기반디자인은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시 첫 디자인 공정에서부터 ‘모델’이란 매개체를 기반으로 디자인 사양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함으로써 설계 단계 후의 구현, 시험 검증의 각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프로세서 간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최소화해 준다.
여기서 모델은 제어 시스템 SW 및 제어 대상인 물리적인 시스템의 동작기능, 컴포넌트 특성으로 블록 다이어그램과 스테이트 차트 등을 통해 인터랙티브한 비주얼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과거 설계사양을 기술하는 문서 중심으로 공유하던 시스템 디자인 정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도식화된 모델 형태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또 모델의 동작기능·컴포넌트 특성·성능을 기술해 모델링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특성을 이용, SW 개발자들이 디자인 정보 문서에 따라 일일이 수작업으로 임베디드 SW 코드를 작성하는 대신 실시간으로 동작하는 코드를 자동 생성해 준다. 수작업에 의존한 응용프로그램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코딩 및 디버깅 시간뿐 아니라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오류의 소지도 대폭 줄여준다.
이 밖에도 모델기반디자인은 디자인과 프로젝트 관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 사이클 중간에 공정 확인이 가능해 개발 기간 및 비용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기존 시스템에 대한 모델 수정이 매우 수월해 SW 코드를 재사용할 수 있어 향상된 신규 제품 개발시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경제적인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최근 가트너 그룹은 현 반도체업체의 40% 이상이 향후 10년 이내 도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개발 비용과 반도체 설계의 복잡성 때문에 앞으로 반도체기업의 상당수가 도태되거나 다른 업체에 인수될 것이란 가트너 그룹의 설명이다.
이러한 전망은 비단 반도체업계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모델기반디자인과 같은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을 수용, 연구개발 능력을 향상시켜 나가지 않는다면 업종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므로 미국·일본 등의 선진 기업들과 같이 첨단 기술 수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함창만 매스웍스코리아 대표 changman.ham@mathwor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