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IT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해답은 1일 나왔다. 하나는 삼성전자가 세계 3분기 휴대폰 시장에서 판매량으로 처음 2위를 차지했다는 것. 또다른 하나는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설립 보류다. 앞의 소식은 업계에서, 뒤는 국회에서 나왔다.
삼성의 휴대폰 2위 등극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그래도 가슴 뿌듯하다. 모토로라를 제치는 일은 몇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연구개발자와 마케팅 인력들이 불철주야 애쓴 결과다. 단지 삼성전자만의 기쁨은 아니다. 앞선 이동전화서비스를 바탕으로 국내 휴대폰 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거친 결과 삼성전자도 이렇게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소식이 나온 오후 같은 시각, 국회 과기정위에선 다른 일이 벌어졌다. 법안심사소위가 정보화촉진기금법 개정안을 논의한 끝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을 설립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소프트웨어진흥원 산하 아이파크(i-Park)와 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ICA)를 통합해 IT분야의 수출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정보통신부의 야심찬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을 수행해 유럽에 IT세일즈 외교를 벌이러 정통부 장관이 떠난 다음달이다.
야당측의 반대 논리는 이렇다. KOTRA라는 수출지원 기구가 IT분야를 더욱 강화하면 되지 굳이 또다른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다. 정통부 산하기관의 수출 지원시 WTO 체제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도 했다.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얼마 전 KOTRA가 ICA와 상호 협력 약정을 맺어 역할 분담을 인정했다. WTO 저촉도 막연한 우려일 뿐 어느 나라로부터도 문제제기가 없는데 먼저 몸을 사릴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확실한 목적과 비전, 제출방안을 내놓으면 의원입법안으로 갈 수 있다”는 야당 측 입장을 보면 설립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는 눈치다.
우리 IT기업들은 정책적 도움 없이도 커왔지만 일부 대기업만 그렇다. 힘없는 IT중소벤처기업들은 수출에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설립 무산은 “IT중소벤처기업들도 정부 도움 전혀 받지 말고 삼성전자처럼 크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휴대폰 2위라는 기쁨보다 여전히 아날로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클 뿐이다.
IT산업부=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