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핵심으로 2년 연속 50% 이상을 기록했던 IT업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내년에는 6%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떨어지면 우리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부양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산업은행이 최근 국내 2800여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2005년 설비투자 계획’에 따르면 IT업종의 내년도 설비투자 규모는 2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의 20조4000억원에 비해 6.1%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물론 금액상으로는 지난해보다 내년에 1조3000억원 늘어난다. 그러나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 6%대는 지난해 54.7%나 올해 63.4%의 증가율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내년 설비투자에 소극적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같은 IT업종의 설비투자율 저조는 국내 전체 설비투자 증가율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전체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할 것이다. IT업종의 투자는 해당 산업은 물론 국내 경기활성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IT업종의 투자조차 이처럼 급감한다면 그동안 우리 경제를 견인해 온 IT산업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내수경기 회복이나 수출확대 등에도 지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대부분 신규 설비투자 대신 기존설비 개선이나 수리 또는 단순 교체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청년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부양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기업정책을 서둘러 개선하거나 보완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특히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IT업계에서 투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했던 기간통신사업자들조차 신규 설비투자보다는 기존 네트워크 유지 보수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비가 올해 수준이거나 아니면 약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업들 보고 무조건 신규 투자를 늘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기업이 이윤을 내야 하는 만큼 그만한 견인요인이 있어야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부진 원인을 분석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이 바람직하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기피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투자환경이 열악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투자품목을 확정짓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동안 신성장동력 육성이나 IT839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이 당장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추진하는 IT뉴딜이나 한국형뉴딜도 예산을 국회에서 심의중이다. 법·제도적 지원미비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미루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최근의 노사불안이나 정부의 규제 등에 묶여 생산입지의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더욱이 기업인의 경영방식이 예전에 비해 소극적이고 수세적으로 변한 탓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IMF를 지나면서 재무구조 중시의 경영에 치중하면서 과거의 도전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경영풍토가 퇴색되고 있는 게 뚜렷하다. 그러나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만다. 따라서 기업인이 의욕을 갖고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고 투자에 장애가 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설비투자는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