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렇다고 석유값이 떨어지기만을 기대할 수도 없다. 지금보다 두 배인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경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에너지 안정화가 급선무다. 에너지 사용은 경제성장과 비례하며 국민소득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가상승에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에너지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진, 부존자원이 빈약한 국가들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7위, 석유 소비량 6위, 석유 수입 3위다. 또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10%로 OECD국가 평균치인 1.8%의 약 6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다소비 국가다. 작년 한 해 400억달러에 달한 에너지 수입 규모는 전체 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에너지 수입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전력은 현재 기술 여건상 원자력이나 화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술이 확보된 원자력은 총 발전설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신규 발전소와 방폐장 용지 선정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들이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이 되면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적용받는데, 배출량이 세계 9위며 이미 OECD에 가입한 우리로서는 하루빨리 ‘탈석유에너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미 경제적 풍요를 이룩한 선진국과 달리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을 위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에너지 수요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해결 대안의 하나로 일각에선 태양에너지, 수소,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질적으로 유용한 에너지 변환 과정의 경제성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투자한 비용을 보면 미국이나 일본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 의존율을 2010년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정부가 제시한 바 있으나 획기적인 투자 없이는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 대체에너지 활용이 가장 두드러지는 국가로는 덴마크 11%, 프랑스 7%, 미국 4.5%인 반면 우리나라는 2%에 불과하다. 전략적으로 R&D에 투자한 결과 일본은 태양전지, 독일은 풍력, 프랑스는 원자력기술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태양에너지를 비롯하여 신·재생에너지가 석유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R&D 및 보급 확대를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문인력 부족, 국가 투자우선순위 미흡, 원천기술 결여 등으로 기술 보급과 상용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90년부터 태양전지 시장이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 50억달러 시장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가격 대비 태양전지가 화력발전에 비해 8배 가량 비싸긴 하지만 기름값과 탄산가스감축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전력분산 정책의 하나로 3㎾ 태양전지 시설비용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값비싼 태양전지를 설치하지 못해 시장이 창출되지 않고, 기술개발도 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비싸더라도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국민 분위기가 조성돼 시장수요를 창출하고, 기업이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어 에너지, 환경, 신산업 창출의 일석삼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기술 및 시장 파급 효과를 감안해 R&D에 집중 투자하고, 지자체별로 에너지 자립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게 해 그 성과에 따라 예산지원을 차등화할 계획이다. 특히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 에너지 위기에 대비, 최근 대통령 직속의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발족해 주목된다.
양윤섭 산업기술연구회 사무국장(에너지공학 박사) yys@koc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