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포화와 수익성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에 가치를 더하는 콘텐츠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저마다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요소로 콘텐츠를 선정하고 콘텐츠 유통을 통한 네트워크 부가가치 창출을 성장전략의 우선 순위에 올렸다.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이른바 ‘빨랫줄 장사’에서 벗어나자는 것.
그러나 설비기반 사업, 허가대상 규제사업, 대기업 시장이라는 점 때문에 통신사업자의 콘텐츠 확보를 위한 협력구도 구축에 적지 않은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와 매체별로 이 같은 구도를 해부하고 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적절한 협력과 경쟁관계 구축의 대안을 찾아본다.
1. MP3폰 디지털 음악서비스
2.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3. 와이브로
4. 협력과 대립 해법은?
초겨울 이동통신시장은 MP3폰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음악서비스를 놓고 한바탕 전쟁이 벌어질 태세다. SK텔레콤은 세계 최초 유비쿼터스 음악 서비스라는 ‘멜론’을, LG텔레콤은 5개 음원단체와의 윈윈 협력을 앞세운 ‘뮤직온’을 내세웠다. KTF도 SK텔레콤, LG텔레콤 같은 일방적인 진출은 지양하겠다고 한 발을 빼면서도 유무선 음악포털 구축을 서두르는 눈치다.
그러나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디지털 음악시장을 놓고 벌이는 이통사들의 시장 선점 경쟁은 멜론과 뮤직온, KTF의 음악서비스(가칭 뮤직엔)의 브랜드 간 본격 경쟁을 앞둔 전초전이 더욱 뜨겁다. 바로 음원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음원 확보경쟁이다.
음원 확보경쟁은 무료MP3 파일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음악 서비스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업체 간 경쟁양상을 띠고 있다. 가장 앞선 회사는 LG텔레콤이다. MP3폰 등장에 따른 무료MP3파일 확산 논란의 첫 단추부터 논쟁의 중심에 선 LG텔레콤은 음악산업협회 등 5개 단체와의 ‘대타협’을 가장 먼저 이끌어내며 내년 가입자 유지전략의 핵심인 ‘뮤직온’을 화려하게 등장시켰다. 100억원의 기금을 음원단체들에 주는 대신 150만여곡의 6개월간 공짜 서비스를 따냈다. 이후 LG텔레콤은 수익금의 20%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음원관리자들이 가져가거나 사업을 벌이는 구도다. 국민은행과의 협력을 가장 먼저 이끌어내며 모바일 뱅킹 시장을 선점한 뱅크온과 비슷한 시나리오다.
반면 SK텔레콤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몇몇 음반사와 계약을 통해 50만여곡의 음원을 확보했다. 가입자들에게 받는 5000원 정액요금을 음원 관리자들과 절반씩 나눠 갖는 형태다. 하지만 이 와중에 음산협과 같은 단체와는 적이 됐다. 추연수 한국음악산업협회 본부장은 “SK텔레콤은 한번도 음원 사용협상을 한 적이 없이 일방적으로 진출했다”며 “가격도 제멋대로 정하고 모바일뿐만 아니라 포털사업에까지 진출해 디지털음악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처럼 강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멜론’은 무료 6개월 서비스 이후 마땅한 유료화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뮤직온’과 달리 사업 진입부터 유료 서비스를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유료서비스 모델 확보보다는 이통사와 기존 음악시장의 서비스 주도권 경쟁이 음원 확보전의 주요전선으로 부각되면서 음원 확보를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이 주도권을 놓아야 하는 대립양상으로 치닫는 국면이다. 결국 이 와중에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수익모델은 뒷전이 될 위기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기술발전에 따라 음악 콘텐츠 제공 경로가 바뀌는 모바일 음악서비스로 음악 시장과 통신시장을 모두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통사별 음원콘텐츠확보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