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혁신 이끄는 중소기업에 관심을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인 A사는 1990년대 후반 딱 한 번 정부로부터 기술개발을 위한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회사는 이후 결코 정책 지원자금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당시 최종 결정된 지원자금으로는 자사의 연구개발비까지 합쳐도 당초 목표를 실현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기술 성과를 제출하는 서류 작업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정부 과제에 관심을 끊었다.

 사실 정부의 각종 기술개발 지원자금은 중소기업에는 ‘사막의 오아시스’다. 자금난으로 미래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기 쉬운 중소기업으로서는 신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정부 자금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 그러나 정부 자금이니까 일단 받고 본다는 묻지마식으로 신청하는 업체도 적지 않고, 실제로 그런 업체 상당수가 정부 과제를 따내기 때문에 ‘과제를 위한 과제’에 일부 자금이 헛되이 사용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정부 기술자금이 너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공평하게’ 나누려는 의도로 진행돼 실제로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기술개발에 효과적인 지원을 못해 왔다고 분석한다. 즉 중소기업이 연명할 정도의 나눠 주기식 지원은 차세대 기술과 제품 개발에는 도움이 안 되는 데도 지금까지 관행처럼 굳어져 진행돼 왔다는 이야기다.

 컨버전스·디지털시대로 전환되면서 약간의 업그레이드 기술 개발 그리고 이에 필요한 소규모 자금 지원은 이제 의미가 없다. 기술개발 패러다임은 새로운 개념의 핵심 기술,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수종기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차세대 산업을 찾기 위해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정부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기술개발자금은 ‘형평성 유지’가 목적이 아니라 ‘의미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의 중대형 기술개발 사업에 정책 자금 집중 및 핵심 기술 집중 지원 등의 정책은 ‘기술 중소기업’에 많은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