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IT강국인 우리나라의 산업 투자 가운데 정보화 투자 비율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02년 KRG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화를 선도해 온 미국의 경우 정보화 투자 비율은 전체 자본 투자 대비 지난 87년 18.2%에서 2000년 46.7%로 증가했고 우리나라도 지난 99년 15.9%에서 2000년 24.0%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처럼 큰 규모의 자금을 투자, 기업 정보화를 이루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동력 재배치, 자산 최적화, 관리비 절감 등이 핵심적인 이유다. 하지만 투자 규모에 비해 실제 효과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외 좋지 않은 경제 여건 속에서 정보화 투자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투자가 기업의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 효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지고 최근 정보시스템 동향이 전략적 정보시스템으로 변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정보화 성과평가다.
정보화 투자성과 평가는 한마디로 ‘정보화가 기업 및 조직의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고 경제적으로 얼마나 공헌하고 있는가를 사업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는 행위’다.
정보화 투자를 기업 생산성 향상과 연결하려면 투자를 엄격히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보화 투자성과 평가는 곧 기업의 정보화 투자를 통제하도록 하는 기본 과정인 셈이다.
지난해 발간된 한 IT보고서 내용에는 정보화 투자 평가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수록됐다.
델(IT투자비율 1.48%)은 거의 완전한 e사슬을 구성한 회사인데도 HP(IT 투자비율 2.83%)에 비해 IT부문에 절반 가량만 투자하면서도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정보화 투자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항상 비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정보화 투자 자체가 의미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화 투자를 평가해 자연스런 비용 통제와 더불어 반드시 추진할 사항에 힘이 실리는 평가 메커니즘이 구현되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음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은 정보화 투자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정보화 투자성과 평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중 정량 평가를 하는 기업은 사전 평가의 경우 29%, 사후 평가의 경우 36%로 저조한 편이다.
정보화 투자성과 평가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는 투자 비용의 수배 내지 수십 배의 효과를 주장하는 등 과대 평가의 문제와 정보화 사업이 대형화·복잡화·다양화됨에 따른 창출 효과의 광역화·비가시화·비정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보화 사업으로 인해 인건비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라 할 수 있고 투자성과 평가 방법론 자체가 갖는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다.
이에 기업은 평가 정량화, 객관성 확보, 평가방법 및 지표의 선택 등으로 객관적 투자성과 평가를 위한 방법론 확보가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기업의 정보화 투자에 대한 효과적인 분석과 검증을 위한 방법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요 IT컨설팅 업체들이 독자적인 정보화 투자성과 방법론과 평가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한편 주요 그룹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방법론에 대한 우위를 가리기에 앞서 정보화 투자성과에 대한 평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깨닫고 국내 정보화 투자성과 평가 수준이 선진 기업들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의 경험과 국내 적용 사례 등을 벤치마킹해 미흡한 점을 보완해 나가려는 다각적인 노력과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문호 네모솔루션즈컨설팅 대표 mhokim@nemo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