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다의 액토즈소프트 인수는 한국 게임업계의 자기 방어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게임을 국가 성장동력으로까지 치켜 세운 정부, 업계 이익과 산업진흥을 위해 결성한 한국게임산업협회, 글로벌기업으로 커나겠다고 외쳐대던 개별 기업 모두 줄줄이 ‘눈뜨고 당한’ 꼴이다. 이에 반해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철통 같은 경계선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 정부나, 거대 이용자를 기반으로 제빨리 주식상장의 길을 택해 누구도 얕보지 못할 정도로 덩치를 키운 중국 기업들은 너무나 강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액토즈소프트는 외부 평가는 분분하지만 어쨌든 한국 온라인게임의 오늘을 있게 만든 ‘원천’인 서버기술 분야에서 만큼은 일가를 이룬 업체다. 서버기술은 그나마 그래픽 제작, 기획, 마케팅에서는 이미 대등한 위치에 올라선 중국게임 기술을 1∼2년 정도 한국에 뒤따라오게 만들고 있는 핵심분야다.
그러나 결국 샨다는 액토즈의 서버기술을 흡수하게 됐고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지속된다면 한국을 능가하는 새 서버기술이 이제는 샨다로부터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나 업계 차원에서 원천기술 보호 및 해외 유출 방지에 적극 개입해야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경쟁 심화 및 시장포화에 따라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기업들을 국내 선도기업들이 우호적으로 인수(M&A)함으로써 산업보호와 함께 덩치키우기를 동시에 노려야할 시점이다.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은 “해외시장 진출과 외국기업 인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시장 선도기업들이 온라인게임기술에서 만큼은 가장 큰 텃밭을 일구고 있는 국내에서 적극적 M&A 경작에 나서야 한다”며 “그것이 자신을 외풍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기술경쟁력 우위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국내 유망 업체를 일렉트로닉아츠(EA),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마이크로소프트, 세가, 닌텐도 등과 같은 세계적 게임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훈 숭실대 교수는 “더 이상 고만고만한 기업들끼리 아웅다웅해가며 안방에서 싸우다 지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며 “세계 3대 게임강국 진입이라는 외형적 성과는 물론 질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세계에 내놓을 2∼3개 기업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업계 역시 시장논리에 반하는 인위적인 수단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외국으로의 원천기술 및 소스 유출은 막아낼 수 있는 자기 방어체계를 스스로 갖추는 것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